"한 곳만 취재를 온다고 하셔서..."
1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한국과 크로아티아전이 시작도 하기 전에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위 크로아티아는 이미 한국과 경기를 앞두고 여유를 보이며 구설수에 오른 상황이다.
9일 새벽 한국에 입국한 크로아티아는 경기가 열릴 현지 적응 훈련 대신 일정을 변경했다. 당초 전주에서 훈련한 뒤 군산에 머물 예정이던 크로아티아는 파주 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을 펼쳤다. 경기장 적응 훈련도 하지 않은 채 경기 당일 전주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미 비주전급이 임하는 경기로 인해 아쉬움이 커진 것이 사실이다.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 마리오 만주키치(바이에른 뮌헨), 이비차 올리치(볼프스부르크), 니키차 옐라비치(에버튼) 등 주전들이 대거 빠졌다. 이번에 입국한 16명 선수 가운데 9명이 A매치 출전 경험이 2경기 미만이다.
평가전이라고는 하나 크로아티아의 행동이 이해가 가는 것은 아니다. 물론 훈련 및 인터뷰 등 부대 행사는 크로아티아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지만 세계적 강호를 초대한 축구협회의 안일한 행동이 스스로 가치를 떨어뜨렸다.
기본적으로 평가전을 펼치게 되면 공식 기자회견을 갖기 마련이다. 경기를 펼칠 양팀 감독이 같은 장소에서 인터뷰를 하는 것은 관례다. 동시간이 아니더라도 훈련장이 같으면 시간차를 두고 하기 마련이다.
물론 크로아티아가 현지 적응 훈련을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 했기 때문에 다른 장소에서 인터뷰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손님을 초대했다면 기본적으로 주인이 먼저 예의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국가대표팀이 전주로 떠난 파주 NFC는 을씨년스러웠다. 크로아티아 대표팀 취재를 위해 취재진이 모였지만 축구협회 관계자는 그저 몇시에 방문해서 훈련할 것이고 간단한 스탠딩 인터뷰로 기자회견을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손님이 가벼운 것을 원하니 주인도 가볍게 대하겠다는 의지로 보였다.
현장에 있던 축구협회 관계자는 "언론사가 이렇게 취재를 많이 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듣기로는 한 곳만 방문한다고 했다. 그래서 가벼운 인터뷰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미 취재진은 크로아티아가 훈련하기 한 시간 전부터 파주NFC에 모였다. 충분히 다른 방법을 강구할 시간이 있었지만 현장에 있던 관계자는 그저 동분서주. 그러나 결정은 내리지 못했다. 아니 결정할 수 없었다.
파주 NFC에 도착한 크로아티아 이고르 스티마치 감독은 일단 고맙다고 말했다. 한국과 경기이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했다. 그의 말은 대부분 미안해 하는 말이었다. 주력 선수들을 데려오지 못해서 미안했고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미안해 했다. 또 묻지도 않은 세르비아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어려운 경기를 했기 때문에 부담이 있다고도 말했다.
선수로는 알렌 할릴로비치(디나모 자그레브), 다리오 스르나(샤하타르 도네츠크)가 인터뷰에 응했다. 그러나 질문 갯수는 제한됐다. 2개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벼운 스탠딩 인터뷰니 질문갯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격식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기에 손님인 크로아티아 대표팀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크로아티아 대표팀 연락관 겸 통역관계자는 재미있는 해프닝도 만들었다. 손흥민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맞대결에 대한 생각이 어떠냐"고 취재진이 묻자 이 관계자는 할릴로비치에게 "Fight"라는 용어를 사용해 통역했다. 그러자 할릴로비치는 "손흥민과 싸우지 않는다. 그라운드내에서 대결을 펼치겠다"고 정색했다. 물론 "Fight"가 '겨루다'라는 의미도 있고 서로가 받아 들이는 것이 달라 벌어진 해프닝이었지만 할릴로비치의 표정은 놀라운 모습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경기의 호스트다. 손님이 무례하게 굴었더라도 어렵게 초대한 손님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하는 것이 옳다. FIFA 랭킹 56위이기 때문에 기죽어 잘 대해주자는 말이 아니다. 스스로 가치를 높여야 한다. 상대가 가볍게 대한다고 주최자가 가볍게 대해서는 안된다. 스스로 가벼워지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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