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이요원, 손현주, 김미숙, 엄효섭 등…'황금의 제국'에 발을 담근 이들은 황금에 눈이 먼 채 붙들고 있던 이성의 끈을 놓는다. 그리고, 어느덧 인간의 탈을 쓴 광기 어린 집념만이 껍데기 속에 남아 황금을 갈망한다.
지난 9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황금의 제국'(극본 박경수, 연출 조남국) 21회는 물고 물리는 접전이 펼쳐졌다. 경쟁구도는 또 변했다. 장태주(고수 분)가 주도권을 잡고 성진 그룹을 삼키려는 야욕을 드러내자, 여태껏 적이었던 최씨 일가 전원이 손을 잡은 것. 최서윤(이요원 분), 최민재(손현재 분), 최원재(엄효섭 분)는 장태주를 몰아내자는 데 한 뜻을 모았다.
최원재는 "같이 살자"는 방식으로 회유했고, 최서윤과 최민재는 "그만 멈추라"며 종용했다. 장태주는 그들의 말에 코웃음치며 폭주기관차처럼 내달렸지만, 내밀었던 카드가 죄다 치밀한 역공을 맞으며 제동이 걸렸다.

돈으로 회유했던 사람들이 하나 둘 자신을 떠나고, 히든 카드로 내밀었던 한강변 도심개발 사업은 해당 구역에 성진그룹 최민재의 차명땅 7000평의 존재가 드러나며 난항에 휩싸였다. 장태주의 패배가 완연해 보였다. 한정희(김미숙 분)를 만나기 전까진 말이다.
'세상엔 영원한 아군도 적군도 없다'라는 말은 이 드라마 '황금의 제국'을 대변하는 듯하다.
한때 동지는 적이 됐고, 철천지 원수는 목적을 위해 손을 잡았다. 최서윤과 등을 돌린 장태주는, 최동성(박근형 분) 전 회장의 처 한정희와 거래를 마다 않는다. 최성재(이현진 분)를 한정희 곁으로 돌려주는 대가로 그간 최민재의 지시로 강호연(박지일 분) 전무가 10여년째 모아온 최원재 배임횡령 자료를 입수한 것. 결국 자막이 올라가기 직전 펼쳐진 이 같은 반전으로 궁지에 몰렸던 장태주는 다시금 최씨 일가에게 카운터를 꽂았다.
한편, 이날 등장한 장태주의 비유는 독특했다. 성진그룹을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숲 속의 괴물에 빚댔고, 자신은 숲 속에 들어가 그 괴물을 목도한 사람이라 칭했다. 그는 성진그룹이 결국 괴물이 아닌 벌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자신은 그 벌레를 불어서 날린 후 숲의 주인이 되겠노라고 자신했다.
장태주가 언급한 괴물은 무엇일까. 그 괴물의 정체는 특정 인물을 지칭한다기보다는, 황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뿜어낸 광기의 집약체다. 장태주 역시 황금을 탐하며 자아를 잃고 서서히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에 섰다. 벼랑 끝에 몰린 광기들의 집단 부딪힘이 앞으로 '황금의 제국' 전개에 어떤 결과를 낳아 남은 3회동안 어떠한 결말을 그려낼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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