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의 클리닝타임] 숫자는 구멍? 추신수 통계의 진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9.10 06: 29

흔히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라고 한다. 경기를 보지 않아도 기록지를 보면 경기 양상이 어느 정도 잡히는 게 야구다. 그래서 기록을 바탕으로 한 통계가 팬들의 흥미를 자아내기도 한다. 통계가 그 선수를 대표하는 경우도 많다. 야구만의 특성이다.
추신수(31, 신시내티 레즈)도 마찬가지다. 많은 숫자가 올 시즌 추신수의 가치를 빛내거나 혹은 깎아내리고 있다. 다행히 올해는 더 빛나는 기록이 많다. 9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4할2푼5리의 출루율은 내셔널리그 2위 성적이고 벌써 20개의 홈런과 17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150개의 안타, 97번의 득점, 그리고 97개의 볼넷은 추신수를 항상 따라다니는 숫자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꼭 좋은 쪽의 기록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분명 신경 쓰이는 기록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왼손 투수를 상대로 한 기록이다. 추신수는 올 시즌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는 3할2푼9리의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무려 1.038에 달한다. 반면 왼손 투수를 상대로 한 타율(.209)과 OPS(.586)는 뚝 떨어진다. OPS는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수비 통계도 추신수를 괴롭히는 숫자들이다. 추신수는 올 시즌 원래 포지션이었던 우익수에서 중견수로 위치를 바꿨다. 많은 미 언론들은 “우익수 수비도 썩 좋지 않았던 추신수가 중견수 수비 포지션에서 고전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적어도 통계는 이를 증명하고 있다. 팬그래프닷컴에 의하면 수비 통계를 대표하는 UZR에서 추신수는 -15.6을 기록 중이다. 이는 메이저리그 중견수 중 최하위권에 처지는 기록이다. 숫자만 보면 말 그대로 ‘구멍’이다.
이런 기록들은 “추신수가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치명적인 약점도 가지고 있다. 왼손 투수 상대 대처와 수비가 안 되는 불완전한 선수”라는 논리로 이어지기도 한다. 올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가치가 깎일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렇다면 야구 통계와 관련해 가장 발전된 나라인 미국의 시각은 어떨까. 책상에서 현장으로 나올수록, 이 통계에 대한 의문은 커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정은 하지만 통계는 통계일 뿐, 그 통계가 선수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왼손 투수 약점에 대해 신시내티 인콰이어러의 레즈 담당기자인 존 에라디 기자는 “추신수가 왼손에 약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것이 추신수의 전체 가치를 크게 깎는 요소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에라디 기자는 “메이저리그의 선발투수들은 75%가 우완이다. 25%를 상대로 한 기록이 전체를 설명할 수는 없다. 추신수는 그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3할을 칠 수 있는 타자”라고 언급했다. 실제 추신수의 올 시즌 타율은 2할9푼1리로 3할에 가깝다.
수비도 마찬가지였다. 현지 기자들도 ‘중견수’ 추신수가 아주 뛰어난 수비수는 아니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면서도 “팀 외야의 아킬레스건이 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더스티 베이커 신시내티 감독의 말은 더 명확하다. 베이커 감독은 “추신수는 뛰어난 수비수다. 올 시즌 내내 중견수 포지션에서 자신의 몫을 잘 수행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통계에 대해 묻자 “적어도 추신수가 수비를 못해 진 경기는 없다”고 단언했다. 통계가 승패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추신수도 이제는 숫자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크게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 추신수는 왼손투수에 대한 약점에 대해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칠 수 있다는 생각을 나선다. 왼손 투수를 상대로 잘 맞은 타구가 잡히는 경우도 많았다”라고 하면서 “왼손투수에게 약하다고 해도 타율이 막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잘 맞았지만 잡힌 타구는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는 요소다.
어쩌면 추신수의 다음 말에 힌트가 있을지도 모른다. 추신수는 왼손투수를 상대로 “더 이상 안 좋아질 수도 없는 것 아닌가”라며 미소 지었다. 실제 추신수는 올 시즌 왼손에 대한 약점을 서서히 지워내고 있고 왼손투수 상대 타율은 계속 올라오고 있다.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가는 모습이다. 그러자 통계도 그에 따라 바뀌고 있다. 통계가 바뀌자 평가도 달라진다.
야구가 통계의 스포츠이긴 하지만 그 통계를 만드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람이다. 그리고 그 통계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주체도 사람이다. 통계에 의하면 추신수는 9일 좌완 클레이튼 커쇼를 상대로 대단히 고전해야 했지만 꼭 그렇지도 않았다. 참고할 만한 부분은 분명히 있지만 그것으로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추신수의 올 시즌이 이 평범한 사실을 다시 깨닫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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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내티=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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