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제대로 만났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A대표팀은 10일 오후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서 크로아티아와 친선 경기를 벌인다.
홍명보호는 지난 6일 아이티와 평가전서 4-1로 완승했다. 출범 후 5경기 만에 고대하던 마수걸이 승리를 따냈다. 4경기 1골의 빈공에서도 벗어났다.

진짜 상대를 만났다. 아이티가 FIFA랭킹 74위의 비교적 약체 팀이었다면 크로아티아는 FIFA랭킹 8위의 강호다. 마리오 만주키치, 루카 모드리치 등 팀의 기둥들이 대거 빠졌음에도 에두아르두 다 실바, 다리오 스르나(이상 샤흐타르), 이반 라키티치(세비야) 등이 건재하다.
한국은 최근 크로아티아와 맞붙은 기억이 있다. 지난 2월 영국에서 0-4 대패의 쓴잔을 들이켰다. 7개월 만의 리턴 매치서 단단히 설욕을 벼르고 있는 이유다.
결과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티전 승리는 썩 개운치 않았다. 4골 중 페널티킥으로 넣은 게 2골이었고, 상대는 후반 초반 수적 열세까지 떠안았다. 이번엔 뒷맛이 깔끔한 승리가 필요하다. 아이티전 대승이라는 결과의 빛 뒤엔 부실한 내용이라는 분명한 그림자가 존재했다. 그래서 더 크로아티아전은 '결과'보단 '과정'을 말해야 할 때다.
'수장' 홍명보 감독도 결전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공식 기자회견서 출범 후 최악의 내용을 보였던 경기로 아이티전을 꼽았다. 그는 "5경기 중에서 아이티전 내용이 가장 좋지 않았다. 자체 분석 결과 조직적인 부분이 제일 떨어졌다고 생각한다"고 혹평했다.
홍명보호는 아이티전을 치르기 전까지 4경기서 결과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과정을 잡았다. 전임 감독 체제와는 확실히 달라진 내용을 선보였다. 호주 중국 일본 페루를 상대로 시종일관 주도권을 놓지 않았다. 결정력 부족에 시달렸지만 오랜만에 소나기 슈팅을 감상했다. 3무 1패의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에도 칭찬이 잇따랐다.
아이티전은 180도 상황이 변했다. 결과는 잡았다. 모처럼 만에 골잔치를 벌였다. 기대를 잔뜩 모았던 손흥민이 선제골과 쐐기골을 작렬했다. '블루드래곤' 이청용도 후반 45만 뛰고 3골 모두에 관여하며 대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과정을 잡지 못했다. 빌드업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최전방 공격수의 부재, 미드필더의 날카로운 패스 부족, 상대 역습 대처 미흡 등이 과제로 떠올랐다.
크로아티아전은 이 모든 것을 다시 한 번 추스를 수 있는 기회다. 결과까지 따라오면 좋겠지만 일단 다시 내용을 잡아야 한다. 내용이 좋아진다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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