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가 가장 사랑하는 예능은 무엇일까.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하 런닝맨)과 충무로의 달콤한 밀월 관계가 끝날 줄을 모르고 있다. 개봉을 앞둔 신작 영화의 주인공들이 줄줄이 '런닝맨'을 찾아 작품 홍보에 공을 들이는 것. '런닝맨' 입장에서도 인기 배우들과 평소 예능 프로그램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희소가치 높은 스타들을 출연시키면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10월 개봉을 앞둔 영화 '깡철이'의 주연 배우 유아인과 김해숙이 최근 '런닝맨' 촬영을 마쳤다. 두 사람 모두 예능 프로그램에선 거의 볼 수 없던 반가운 스타들. 그런가 하면 최근 역대 한국영화 스릴러 흥행 1위를 기록한 영화 '숨바꼭질'의 손현주와 문정희, 상반기 흥행작으로 등극한 '감시자들'의 정우성 한효주 이준호(2PM),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김수현 이현우 등도 모두 '런닝맨'에 출연한 바 있다. 멀리 더듬어보자면 '몽타주'의 엄정화 김상경, '신세계'의 황정민 박성웅, '전국노래자랑'의 이경규 김인권 류현경, '더 웹툰 예고살인'의 이시영 등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개봉한 화제작의 많은 출연진이 일요일 오후 안방극장 웃음을 담당했다.

물론 영화나 드라마 등 신작 주인공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작품이나 개인 홍보에 열을 올린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때는 이같은 홍보성 게스트들을 두고 방송가 안팎에서 쓴소리가 높았던 적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신작 홍보는 예능에서'라는 말이 공식이 됐을 정도로 방송가는 물론 대중에게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 가수나 아이돌 그룹 역시 새 앨범 홍보차 예능의 문을 두드리는 일이 당연하다. 오히려 신작이나 신곡을 내놓고도 인기 예능 하나 출연하지 못한다면 바보 취급을 받을 정도.

그 중에서도 유독 '런닝맨'에는 충무로 스타들이 자주 찾아와 눈길을 끈다. 영화배우로서 오랜 기간 신비주의 원칙을 고집했거나 예능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혹은 자신감이 떨어져 출연을 망설였던 이들도 '런닝맨'이라면 마음을 돌려 먹고 발길을 향한다. 심지어 한 영화의 출연진이 팀으로 몰려나와 한 방에 큰 이슈를 만들기도 한다. '런닝맨'은 그때 그때 영화의 스토리나 캐릭터에 걸맞은 게임 콘셉트를 짜내면서 출연진의 열정에 화답한다. 예컨대 '감시자들'의 정우성이 영화와 어울리는 '108개의 눈을 가진 사신'으로 출연해 멤버들과 추격전을 펼친 식이다.
SBS '힐링캠프'나 '화신', KBS 2TV '해피투게더3', MBC '무릎팍도사'(폐지) 등 지상파의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충무로 스타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유독 '런닝맨'은 신작 영화의 다양한 배우들을 두루 또 자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의 고유 매력을 특화하고 있다. 따라서 배우들이나 영화 측에서도 작품 홍보의 큰 방편으로 '런닝맨' 출연을 검토하는 일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된지 오래. 무엇보다 배우들이 큰 부담이나 거리낌없이 출연을 검토한다는 사실에서 '런닝맨'과 충무로의 윈윈 고리가 꽤나 탄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런닝맨'은 홍보 창구로 가장 선호하는 TV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미 날고기는 많은 충무로 스타들이 출연한 이력이 있기 때문에 배우들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의사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홀로 나가는 토크쇼나 버라이어티에 비해 멤버들 및 영화 출연진과 단체로 미션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개인의 부담이 적다는 점, 든든한 MC 유재석이 프로그램과 분위기를 매끄럽게 이끌어준다는 점, 학생들과 가족 등 남녀노소의 다양한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점 등이 '런닝맨'을 선호하는 요인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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