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 안주면 네 번호 지워버릴 거야".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박석민(28)이 넥센 히어로즈 덕아웃을 습격했다.
양팀의 경기가 우천 연기된 10일 목동구장. 박석민은 연기 결정이 나기 전 그라운드에서 훈련을 하다가 넥센 박병호(27)를 보고 다가왔다. 박석민은 박병호에게 다짜고짜 "배트를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박병호는 "지금 남은 배트가 없다"고 거절했지만 박석민은 "지금 배트를 안주면 네 번호를 지워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박병호가 들고 있던 배트를 내밀고 돌아서자 박석민은 "새 배트로 다시 들고 오라"며 장난기 섞인 미소를 보였다. 그는 강정호(26)의 배트까지 얻어 기분좋게 삼성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박석민과 박병호는 상무 소속 시절 선임과 후임으로 만나 절친한 사이다. 협박(?)까지 하면서 배트를 뺏은 것에 대해 묻자 박석민은 "한 번씩 경기 때문에 만날 때마다 병호한테 소고기를 사준다. 그러면 먹고 홈런을 두개 씩 친 날도 있다. 많이 사줘서 괜찮다"고 항변했다.
박석민은 현재 손가락 부상으로 제대로 된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2위가 아슬아슬한 팀 상황에서 중심타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박석민이 홈런 선두 박병호의 배트로 '홈런왕 기 받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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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민 박병호가 지난 3월 대구에서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