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상’(감독 한재림)은 영화계에 불고 있는 멀티캐스팅 흥행 공식을 이어받을 수 있을까?
지난해 김윤석, 전지현, 김혜수, 이정재, 김수현 등이 출연한 멀티캐스팅 영화 ‘도둑들’이 1298만 관객을 모으며 역대 흥행 랭킹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가운데, 그와 맞먹는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 ‘관상’이 11일 뚜껑을 열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관상’ 흥행에 눈길이 쏠리는 건 지난해 ‘도둑들’ 이후 멀티캐스팅 영화들이 흥행 면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햄스워스,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 등이 출연한 영화 '어벤져스'가 국내에서 700만 관객을 모으며 불을 뿜은데 이어, 브루스 윌리스, 존 말코비치, 캐서린 제타 존스, 안소니 홉킨스, 헬렌 미렌, 그리고 한국 배우 이병헌까지 출연해 할리우드발 ‘도둑들’로 불린 영화 ‘레드:더 레전드’ 또한 3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모으며 깜짝 흥행했다. 제시 아이젠버그, 마크 러팔로, 우디 해럴슨, 멜라닌 로랑 등이 출연한 ‘나우 유 씨 미:마술사기단’ 역시 26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 멀티캐스팅 불패론을 썼다.

멀티캐스팅 영화의 장점은 무엇보다 톱 배우들을 한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으로 이는 ‘관상’을 통해 기대해도 좋은 대목이다. ‘관상’에는 송강호, 이정재, 김혜수, 이종석, 조정석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사랑 받는 핫한 배우들이 한데 모여 연기 앙상블을 이루며 멀티캐스팅 작품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을 충족시킨다.
1453년 조선을 배경으로 단종을 폐위시키고 수양대군이 왕위에 오른 계유정난을 다룬 영화는 당시 사건에 관상가가 활약했다는 상상력을 가미해 묵직한 스토리가 빛난다. 멀티캐스팅 영화지만 배우들이 도드라지기 보다는 역사적 사건 속에 캐릭터가 자연스레 녹아들어가 스토리 따라가는 맛이 좋다. 배우들은 앞서 분량과 상관없이 영화가 가진 이야기의 힘과 곳곳에 매력적으로 배치된 캐릭터에 매료돼 출연 결정을 했음을 밝힌 바 있다.
천재 관상가로 분한 송강호가 첫 사극에 도전해 능글맞으면서도 운명 앞에 속절없이 부서지는 인물의 체념을 능수능란하게 오가고, 이정재는 댄디한 이미지를 벗고 카리스마 넘치는 야심가로 분해 극에 긴장감을 확실하게 조성한다. 한양 최고 기생 역을 맡아 매력적인 여인의 자태를 드러내는 김혜수와, 제2의 ‘납뜩이’ 활약을 펼치는 조정석의 맛깔스러운 연기를 보는 재미도 좋다. 나약해 보이지만 운명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지닌 선비로 분한 이종석의 연약한 아름다움 또한 ‘관상’ 멀티캐스팅이 지닌 다양한 색깔이다.
영화는 이처럼 충무로 대표배우 조합에 힘입어 입소문이 타기 전인 개봉 전날 70%가 넘는 압도적 예매율을 기록하며 흥행 청신호를 켜고 있다. 멀티캐스팅 흥행 마법이 ‘관상’에도 적용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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