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경매 현장을 가 보니, 그 안에 ‘경제’ 있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3.09.11 13: 41

한 대에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까지 하는 자동차는 자산 가치가 높은 만큼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파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차를 살 때 요리 따지고 조리 살펴보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것에 비하면 차를 파는 절차는 상대적으로 허무할 때가 많다.
중고 자동차 매매상 몇 군데를 들러 가격을 알아보고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르는 매매상에 차를 넘기거나 새 차를 사면서 중고 차량 처분을 연계해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중고 자동차 매매 관행에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자동차 경매’라는 개념이 중고차 매매 시장에 도입 돼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활성화 된 우리나라 중고차 경매 시장은 ‘현대글로비스 오토옥션’이 대표적이다. 2001년 분당 자동차 경매장을 시작으로 2008년 시화 자동차 경매장, 2012년 양산 자동차 경매장이 개설 돼 세 곳에서 연간 6만대의 중고차 거래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분당은 매주 화요일, 시화는 매주 금요일, 양산은 매주 목요일 경매장이 열린다.
경매 시장이 서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조건들이 있다. 수백 대의 경매 차량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하고, 출품 차량을 검사하고 진단할 전문가 집단이 있어야 하며, 공정한 경매가 이뤄지도록 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분명 소규모 자본과 설비가 감당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니다.
기자가 찾은 현대글로비스 오토옥션 시화 자동차 경매장은 매주 금요일 장이 선다. 지난 6일 정오 무렵 시화 경매장에 도착했는데 전국 각지에서 중고 자동차 매매상들이 속속 몰려 들면서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었다. 매매상들은 인터넷 홈페이지(www.glovisaa.com)에 올라온 매물을 확인하고 또 경매장 바로 옆 출품장을 찾아 매물을 꼼꼼히 확인도 하면서 경매 개시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매장은 잘 정비 된 복합영화관을 연상시켰다. 극장식으로 자리와 무대가 배치 돼 있고 무대 양쪽에는 대형 스크린이 비치 돼 실시간으로 경매 상황을 보여주고 있었다. 경매상들이 앉는 자리에도 모니터와 경매 응찰기가 비치 돼 있어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실시간으로 경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시화 경매장에서 경매에 응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자동차 매매상으로 등록이 돼 있어야 한다. 현대글로비스 오토옥션에는 전국 4500여 개 매매상 중 1200여 개가 회원사로 등록이 돼 있다. 기자가 찾은 6일 하루에만 시화 경매장에는 537대의 중고차가 출품 됐고 이중 70.2%가 낙찰 됐다.
현대글로비스 오토옥션이 집계한 9월 첫째 주 낙찰률 70.2%는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치였는데 낙찰률이 높다는 것은 수요가 높다는 것을 의미해 중고차 가격은 올라 가게 된다.
경매 낙찰 여부는 판매자가 제시한 ‘희망가’에 의해 결정 된다. 경매 응찰자가 써 낸 가격이 판매자의 희망가보다 높아져야 낙찰이 결정 된다. 대체로 경매 ‘시작가’가 희망가보다 5% 가량 낮은 가격에서 시작하지만 정확한 ‘희망가’는 낙찰이 되기 전에는 공개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경매에서 좋은 가격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대글로비스 시화경매장 곽용호 소장은 “중고 자동차 경매는 철저하게 수요 공급의 원칙에 지배되는 시장이다. 따라서 시장의 흐름을 읽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어떤 요인에 의해 갑자기 차를 팔겠다는 사람이 많아지면 아무리 인기차종이라고 하더라도 낙찰가는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곽 소장은 “중고차 시장에서 자동차의 성능, 주행거리, 사고유무 등은 종속변수일 뿐이다”고 말한다. 일반인이 시장의 흐름을 전문적으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몇 가지 챙겨 보면 좋은 요인은 있다.
첫째, 계절적 요인이다. 곽 소장은 “세단은 구정 이후부터 추석 전까지가 매매 적기다. 날씨가 풀리면서 자동차를 새로 마련하려는 수요가 생기기 때문이다. 가을 이후는 연식 감가가 일어나기 때문에 중고차를 팔면 손해를 보기 쉽다”고 말했다. 반면 SUV는 눈 오기 바로 직전부터 하계 휴가 전후가 강세를 보인다고 한다. 밴(미니밴)은 3월에서 8월까지가 좋고 화물차는 가을 추수를 전후해서 수요가 많이 일어난다.
두 번째는 경제적 요인이다. 중고차 시장은 기본적으로 주식시장과 매우 흡사한데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끼치는 외부 환경에 매우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곽 소장은 “2012년 리비아 내전이 종식 되고 중고차 수입이 재개 됐을 때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이 크게 출렁댔다”고 예를 들었다. 중동지역에서 특히 인기가 좋은 SUV 차량을 비롯해 중소형 공고 차량들이 대거 수출 되면서 경매 낙찰가에 영향을 줬다는 얘기다. 수출 재개로 살아난 비계절적 수요는 경매 낙찰가를 갑자기 끌어 올리는 효과를 낸다.
 
세 번째는 자동차 업계 및 정책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세단의 경우 자동차 제조사에서 신차를 발표하고 3년이 지나면 희소성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론칭 모델의 희소성은 곧 가격이다. 그러므로 중고차 가격은 출시 3년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떨어진다. 수출 차종의 경우는 수입국의 수입 규제 차령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대체로 중고차를 수입하는 시장에서는 5년차를 기준으로 규제를 시작한다. 따라서 5년차에 중고차 가격은 또 한번 요동친다. ‘3-5의 법칙’은 중고차 시장에서 꽤나 알려진 내용이지만 이것도 결국은 기본은 수요 공급의 법칙에 기초하고 있다.
차를 팔려고 하는 사람과 사려고 하는 사람 사이에는 기본적인 모순이 작용한다. 비싸게 팔고, 싸게 사고 싶은 게 사람의 욕심이다.
하지만 중고차를 매입하는 사람이 원하는 “싸고 좋은 차는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시장에서는 말한다. 이날 시화 경매장을 찾은 오토프리 이명동 대표는 “고객이 원하는 건 싸고 좋은 차이지만 사실 그런 차는 없다. 좋은 차는 당연히 가격이 올라간다. 따라서 막연하게 ‘싸고 좋은 차’를 찾을 게 아니라 차를 어떤 용도로 쓸 것인 지를 분명히 하고 그 기준에 맞는 차를 고르면 만족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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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 오토옥션 시화경매장 내부 모습과 차량 출품장, 그리고 전경. 맨 아래 사진은 시화경매장 곽용호 소장. /현대글로비스 오토옥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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