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여신'·'황금', 연기는 보이는데 시청률은 잠잠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13.09.11 16: 59

섬세한 감정연기와 팽팽한 카리스마 대결. MBC 월화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극본 권순규, 연출 박성수)와 SBS '황금의 제국'(극본 박경수, 연출 조남국)에는 구멍 없는 연기 고수들이 모였다. 오랜만에 사극에 출연하는 배우 문근영과 4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배우 고수에 대한 기대도 컸다. 배우들의 연기는 높았던 기대만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눈빛만으로도 모든 감정을 드러내는 섬세한 연기가 눈길을 끈다. 하지만 시청률만 놓고 보면 방송 전 기대만큼 반응이 뜨겁지가 않다. 월화극 1위에서 꼴찌로 추락했고, 정체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불의 여신 정이'는 방송 초반 월화극 왕좌를 차지하며 사극 불패 신화를 이어가는 듯싶었다. 이 작품은 16세기 말 동아시아 최고 수준의 과학과 예술의 결합체인 조선시대 도자기 제작소인 분원을 배경으로 여성 사기장의 삶을 살았던 유정(문근영 분)의 치열했던 예술혼과 사랑을 담은 드라마. 어린 나이에도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은 문근영이 출연해 방송 전부터 주목받았다.
큰 관심만큼 지난 7월 1일 첫 방송부터 경쟁작인 '황금의 제국', KBS 2TV '상어'를 제치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올랐다. 첫 회부터 두 자리대 시청률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아역들의 연기도 좋은 평가를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성인배우들이 등장하고 극이 진행될수록 한자리로 떨어진 시청률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10일 방송된 22회는 7.9%(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 이는 '굿 닥터'의 반도 안 되는 수치다.

그나마 문근영의 연기는 시청률과 상관없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문근영은 유정의 감정을 섬세한 연기로 잘 풀어내고 있다. 눈이 보이지 않아 시련에 빠진 모습이나 열정으로 고난을 헤쳐 가는 모습 등이 문근영의 생생한 연기와 만나 설득력을 더한다. 배우 이상윤-김범과의 조화도 꽤 좋다. 전광렬 등 중견연기자들도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다는 평이다.
하지만 전개 자체가 진부함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불의 여신 정이'는 그동안 MBC 사극이 숱하게 보여준 전형적인 영웅 서사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 소재만 바뀌었지 배우 이영애 주연의 드라마 '대장금'과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사기장이라는 소재를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배우들의 열연이 아까울 만큼 진부해진 전개 시청률 하락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불의 여신 정이'와 같은 날 첫 방송된 '황금의 제국' 역시 방송 전 높았던 기대만큼의 시청률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황금이 제국'은 방송 초반 경쟁작에 밀려 월화극 3위였지만 7회부터 두 자리대에 진입, '굿 닥터'에 이어 월화극 2위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청률 상승 폭이 큰 것은 아니다. '황금의 제국'은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SBS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의 제작진이 만나 방송 전부터 기대를 받았지만 10~11%대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20%대 시청률로 종영된 '추적자'와 비교해봤을 때, 시청률로만 따지면 부족한 성과다.
하지만 '황금의 제국'도 고수, 손현주, 이요원, 김미숙 등 배우들의 연기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치도 물러섬이 없는 네 배우들의 팽팽한 대결은 눈빛만으로도 시청자를 압도한다. '황금의 제국'은 거의 모든 장면이 세트에서 진행되고, 다른 작품에 비해 정적인 분위기지만 배우들은 대사와 표정만으로 각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고수와 손현주, 고수와 이요원 등이 맞붙는 장면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은 이 작품의 가장 큰 재미라 할 수 있다. 또 매회 예측할 수 없는 반전으로 재미와 긴장감도 높였다.
하지만 극 전체에 흐르는 무거운 분위기와 어려운 소재 때문에 기대만큼 높은 시청률을 달성하지는 못했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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