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개봉한 영화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감독 롭 라이너)은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에 버킷리스트 열풍을 일게 했다. 간절히 소망했지만 미처 이루지 못한 꿈들을 모건 프리만과 잭 니콜슨이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후련하게 해치워나가는 모습은 통쾌함과 동시에 인생의 마지노선에야 비로소 주어지는 자유를 실감케 하며 관객에게 애상과 환희를 동시에 주어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버킷리스트는 인기 콘텐츠로 활자 및 영상 매체 등에 단골 소재로 사용되며 대중에게 친숙한 단어가 된 가운데, 뒤늦게 이 대열에 합류한 영화가 있다. 11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영화 ‘소원택시’(감독 박창진)가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소원택시’는 버킷리스트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기대하는 감동코드를 해괴하게 빗겨나간다. 영화는 택시 기사 인만(장성원)이 승객으로 첫사랑 지은(김선영)을 우연히 태운 이후 그녀와 하룻밤 잠자리를 하기 위해 일을 꾸미는 과정을 담았다. 화류계 아가씨인 지은은 생활고에 섬으로 팔려갈 위기에 처하자 자살을 결심하게 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인만은 그녀를 어떻게든 꼬드기기 위해 인터넷에 자살사이트를 개설한다. 여기에 배신한 남자친구 때문에 생을 마감하기로 결심한 혜리(한소영)와, 남자친구의 죽음으로 생의 의지를 놓게 된 초희(오인혜)가 인만의 택시에 합승하게 되며 네 사람의 여행이 시작된다. 이들은 죽기 전 서로의 버킷리스트를 이뤄주자며 의기투합한다.

각각 생활고와 애정문제로 죽음을 결심한 이들은 마지막 소원을 인만의 도움으로 해결하지만 그러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호화 생활을 하고 전 남자친구에게 통쾌한 복수를 하게 해준 대가로 세 여자가 인만과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하룻밤을 보내기 때문. 결국 성을 대가로 버킷리스트를 이루는 셈이다.
더 해괴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여성들은 인만의 행동에서 따뜻한 보살핌과 진심을 느꼈다며 감동하는 점이다. 경악할 만한 결론이 내려지며 영화는 허무하게 마무리 된다.
감독은 영화 시작 전 “편안하고 쉽게 보라”고 당부하지만 맘처럼 그게 되지는 않다. 섹시하려면 아예 섹시하고 웃기려면 제대로 웃겨야 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분위기 역시 인만의 해괴한 행동만큼이나 아쉽다. 9월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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