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투' 박경태, 악재 가득 KIA에 웃음꽃 피웠다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3.09.11 20: 55

7.2이닝 무자책, 개인 최다이닝 최다투구
 
악재 가득한 KIA에 모처럼 웃음꽃을 안겨준 호투였다.

지난 10일 SK와의 군산경기를 앞두고 선동렬 감독은 다음날 선발투수로 좌완 박경태로 일찌감치 예고했다. 등판순서인 김진우가 갑자기 팔꿈치 이상을 느껴 선발등판을 못하자 대체 투수로 박경태를 낙점했다. 그러면서 "내일 경태가 나간다. 한번 지켜보겠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박경태는 작년 선동렬 감독의 기대를 저버린 선발요원이었다. 부임직후 스프링캠프에서 좌완 선발 요원으로 낙점했고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시범경기까지는 좋은 볼을 던졌으나 막상 개막이 되자 부진했고 다시 불펜으로 돌아갔다.
불펜에서 뛰었지만 그다지 위력이 없었고 배짱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도 지난 11일 LG전에 선발로 나섰지만 2이닝 3실점 부진. 그런 박경태를 올해 다시 선발투수로 투입하는 선 감독의 마음속에는 "그래, 이번에는 내년의 가능성을 점검하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내년 시즌 마운드 그림을 그려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팀은 5연패를 당하고 있었다. 마운드에 오른 박경태는 데뷔 이후 최고의 호투로 보답했다.  1회를 가볍게 삼자범퇴로 막았다. 팀 타선도 한 점을 뽑아주었다. 2회는 선두 박정권이 좌익수 옆으로 타구를 날리고도 2루에서 아웃되는 행운을 얻었다. 결국 볼넷 한 개만 내주고 무실점. 
3회는 최대위기였다. 1사후 김성현과 정근우에게 연속안타를 맞았고 조동화를 볼넷으로 출루시켜 만루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홈런타자 최정을 3루수 병살타로 요리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4회는 수비도움을 받지 못했다. 무사 1,2루 위기에서 김상현과 안치용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고 정상호를 2루 뜬공으로 유도했다. 그러나 2루수 안치홍이 볼을 놓치는 바람에 동점을 내주고 말았다.
그럼에도 박경태는 흔들리지 않고 5회는 삼진 1개를 곁들여 삼자범퇴로 막았다. 포크볼성 변화구에 SK 타자들이 연신 당했다. 왼손 엄지쪽이 찢어지는 상처가 날 정도로 볼이 잘 채였다. 가볍게 응급처치를 하고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피는 멈추지 않았고 이때부터 위력이 더해졌다.
5회에 이어 6회도 삼자범퇴.  7회까지 마운드에 올라 또 삼자범퇴로 막았고 8회도 마운드에 올라 두 타자를 잡아냈다. 12타자 연속 퍼펙트 행진이었다. 마운드에 김정수 코치가 오르자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포기하고 내려갔다. 1-1 동점상황이었지만 관중석에서는 모처럼 커다란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데뷔 이후 최고의 호투였다. 성적은 7.2이닝 4피안타 3볼넷 4탈삼진 1실점(비자책). 팀은 9회말 신종길의 끝내기 안타로 2-1로 승리하고 5연패에서 벗어났다. 이날 승리의 원동력은 바로 박경태의 호투였다.
박경태는 전날까지 206경기 가운데 단 한번도 6이닝을 넘기지 못했다. 지난 2011년 8월 11일 광주 LG전에 선발등판해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으나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이것도 유일한 5이닝 경기였다. 그러나 7.2이닝과 투구수 94개를 기록하며 종전 기록을 모두 바꿔놓았다. 남은 시즌과 내년의 희망을 품게 만든 호투였다. 아울러 후반기 악재만 가득했던 KIA에게 모처럼 웃음 안겨준 박경태의 혈투였다. 
경기후 박경태는 "오늘 결정구는 포크볼이었다. 김정수 코치와 이범호 선배가 생각하지 말고 빨리 빨리 던지고 마운드만 생각하라로 주문했다. 투구 템포를 빨리 가져간게 주효했다. 시즌 선발 마지막 기회여서 후회없이 던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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