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키치의 합류시점은 미정이다.”
LG 외국인투수 벤자민 주키치(31)의 1군 복귀가 쉽지 않아 보인다. LG 차명석 투수코치는 11일 2군에 있는 주키치의 상태를 두고 “주키치가 8월말부터 무릎 통증을 느꼈다고 한다. 현재 2군에서 재활 중이다. 아직 불펜피칭을 시작했다는 보고는 못 들었다. 주키치의 합류시점은 미정이다”고 말했다.
현재 정규시즌 종료까지는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 주키치가 재활을 마치고 불펜투구-2군 선발 등판-1군 복귀의 과정을 밟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게다가 후반기 주키치 대신 선발진에 포함된 신재웅이 6경기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30으로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다. 때문에 LG는 주키치의 복귀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 보다 냉정히 말하면, 주키치를 선발로테이션에 넣기 위해 선발투수 한 명을 로테이션에서 제외시킬만한 명분이 서지 않는다. 그만큼 올 시즌 주키치는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거뒀던 때의 모습이 아니다.

주키치의 2013시즌 성적은 15경기 75⅔이닝 4승 6패 평균자책점 6.30. 구위와 제구력을 모두 잃어버렸고, 약점으로 꼽혔던 체력도 지난 2년보다 더 떨어졌다. LG가 6월 한 달 동안 16승 5패로 폭주, 리그 판도를 엎어버린 동안에도 주키치는 세 번의 선발 등판 중 두 번 조기강판되고 2패를 안았다. 자연스럽게 LG는 새 외국인선수 선발, 혹은 유망주를 희생해 주키치를 타구단 외국인 선수와의 트레이드하는 방안 등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LG는 실리가 아닌 신뢰를 택했다. 부진으로 인한 엔트리 말소와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엔트리 등록이 4번이나 반복될 정도로 주키치에게 기회를 줬다. 지난 7월 24일 외국인선수 웨이버 공시기간이 다가오자 김기태 감독은 “(주키치를)바꾸는 일은 없다. 안고 가는 걸로 결정했다”며 “팀과 3년을 같이 했다. 같은 값이면 안고 가는 것이 좀 더 인간적이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문제는 주키치가 팀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6월 10일 말소 후 6월 23일 등록, 6월 30일 SK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부활의 기미를 보이는 듯했으나 7월 7일 넥세전에서 5이닝 8실점으로 무너졌다. 이후 자진해서 2군으로 돌아갔고 한 달이 넘는 준비기간을 갖고 8월 13일 삼성전에 나섰지만 4⅔이닝 10피안타 9실점으로 난타 당했다. 이날 이후 주키치는 퓨처스리그서 두 번 선발 등판한 뒤 무릎 통증으로 재활 중이다.
주키치의 부진과 무관하게 올 시즌 LG 마운드는 리그 최강이다. 팀 평균자책점 3.69로 이 부문에서 2위인 롯데의 3.93과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시즌 전 최대약점으로 보였던 토종 선발진은 우규민 류제국 신정락에 후반기 신재웅까지 더해 순조롭게 돌아간다. 지난 6일 신정락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선발로테이션 한 자리가 비었는데 10일과 11일 경기가 연달아 우천 연기 되며 공백이 없어졌다. 일단 LG는 이번 주 남은 4경기서 류제국-우규민-레다메스 리즈-신재웅으로 선발진을 가동하고, 다음 주부터는 신정락을 다시 올릴 수 있다. 사실상 주키치가 들어갈 자리는 없는 것이다.
주키치 부진의 시작이 올 시즌부터는 아니었다. 주키치는 지난해 전반기 9승 4패 평균자책점 2.75로 리그 최고의 선발투수 중 한 명이었지만, 후반기 2승 4패 평균자책점 4.83으로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었다. 때문에 지난겨울 LG 구단 내부적으로도 주키치와의 재계약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새 외국인선수 영입에 대한 위험부담이 워낙 크고,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올린 주키치의 경험은 인정했지만, 회의적인 시선도 많았다.
물론 주키치가 남은 시즌, 혹은 포스트시즌에 극적으로 1군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내년에 주키치가 LG 유니폼을 입고 한국무대에 서는 모습은 보기 힘들 듯하다. 차명석 투수코치는 “최종 목표는 외국인 투수가 필요 없는 마운드를 만드는 것이다”고 하면서도 “당장 내년부터는 아니다. 내년에도 외국인선수는 투수 2명으로 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외국인 선수가 1년 동안 엔트리 등말소만 4번 기록한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올 시즌 이미 퇴출된 4명의 외국인 투수 모두 주키치보다 부진을 만회할 기회가 적었다. 이래저래 LG와 주키치가 작별을 고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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