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호의 야큐이야기]日 달라졌나? 56홈런 성역 아니다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3.09.12 07: 20

성역은 없다?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블라디미르 발렌틴은 지난 11일 히로시마와의 경기 세 번째 타석에서 시즌 55호 홈런을 터트렸다. 오 사다하루(왕정치) 소프트뱅크 회장에 1964년 요미우리 시절 작성한 55호 홈런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01년 터피 로즈, 2002년 알렉스 카브레라와 함께 4명째 55호 기록이다.
발렌틴의 홈런신기록은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외국인 타자의 홈런 신기록 달성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55홈런은 일본야구의 성역이었다. 절대 무너질 수 없는 오 사다하루의 55홈런이었고 49년째 이어왔다.  특히 외국인이 홈런 기록을 세우는 것을 수치로 여겼다.

1984년 한신 랜디 바스는 54 홈런에 그쳤는데 상대의 무더기 볼넷 때문이었다. 이때는 55홈런 도달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것으로 생각했다. 오죽했으면 상대포수가 "미안하다"는 말까지 했었을까.  로즈와 카브레라는 55홈런을 터트리고도 한 개를 추가하지 못한 이유 역시 상대가 승부를 피했다. 56호 홈런은 터부시되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런데 이번 발렌틴의 신기록 달성에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움직임이 없다. 노무라 가쓰야 전 라쿠텐 감독이 "일본의 수치"라는 말을 했지만 야구계의 일부 의견일 뿐이다. 오히려 하라 다쓰노리 감독은 "페어 플레이를 하겠다"고 말했고 오 사다하루도 "기록을 달성하기를 바란다"고 응원까지 했다.
관중들의 생각도 바뀌었다. 발렌틴은 11일 히로시마전에서 55호 홈런을 날린 뒤 8회 네 번째 타석에서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었다. 5점차로 앞선데다 8회 2사후 주자도 없었다. 거르는 상황은 아니었다. 이때 팬들이 거센 야유를 퍼부었다. 승부를 하라는 것이었다.  일본의 한 여론조사에서 팬들의 69%가 신기록 도전에 찬성하기도 했다.
는 성역 도전에 대한 일본의 이같은 변화를 주시하면서 스즈키 이치로(뉴욕 야키스)가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안타 신기록을 세웠을때 미국 현지에서 거부감이 없었다는 점이 일본의 태도 변화를 이끈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발렌틴이 워낙 빠른 속도로 55홈런을 터트린 점도 있다. 뒤늦게 시즌을 출발해 109경기만에 55홈런을 때리는 초고속 행진이다. 앞으로 팀이 22경기나 남아있다. 모조리 승부를 피하기에는 너무 경기가 많다. 계속 볼넷을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승부를 피하기도 쉽지 않다. 이제 55홈런은 더 이상 성역이 아니다. 일본이 발렌틴의 기록달성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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