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온라인게임의 던전은 이미 마련되어 있는 던전에 다수의 유저들이 몰려가 몬스터를 물리치는 방식이었다. 필드 사냥보다 높은 경험치와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지만, PK(Player Killing)나 악의적 몬스터 몰이, 타인의 아이템을 먼저 줍고 도망가는 먹자, 자리 싸움, 거대 길드의 던전 통제 등의 다양한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등장한 '인스턴스 던전(Instance Dungeon, 이하 인던)'은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자신만을 위한 공간이 만들어지는 인던의 등장으로 기존의 던전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특별한 퀘스트나 스토리 진행에서 다른 유저들의 방해 없이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거나 파티원들이 호흡을 맞춰 진행해야 하는 레이드 방식의 인던, 다른 진영의 유저들이 동시에 입장해 즐기는 독특한 형태의 인던도 등장하고 있다.

독특한 형태의 인던을 만나볼 수 있는 게임들을 소개한다.
◆ “이 곳엔 우리만 있는 게 아니다. ‘그들’도 있다!” 열혈강호2의 ‘건철파탑’
엠게임의 격투액션 MMORPG '열혈강호2'는 지난달 29일 고레벨 유저들을 위한 인던 '건철파탑'을 공개했다. ‘건철파탑'은 원작만화인 '열혈강호'에서 무림의 평화를 저해하는 비밀 조직 '영능교'의 본거지로 제 1차 정사파 대전의 불씨가 되는 사건의 무대이다.
제 1차 정사파 대전의 무대였던 만큼 '건철파탑'은 정파와 사파의 유저들이 동시에 입장할 수 있는 '대립형 인던'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인던이다. 때문에 건철파탑의 강력한 몬스터들 뿐만 아니라 상대 세력의 유저들까지 모두 물리쳐야 다음 층으로 내려갈 수 있으며 최고 등급 아이템인 '명급'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는 파티원 간의 협동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각 층의 몬스터를 제거하고 획득한 '파탑의 강령석'의 개수에 따라 정해지는 '건철파탑' 랭킹 시스템을 통해 상위 100위까지의 유저들은 매일 일괄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어 유저들의 도전욕을 불태우고 있다.

◆ “우리 공격대는 보스 첫 킬을 노린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공격대 인스턴스 던전’
블리자드의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인던의 개념을 널리 알린 게임이다. 오죽하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인던을 최초로 도입한 게임이라고 알고 있는 유저들도 있을 정도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던전은 5인 파티 기준의 '파티 인스턴스 던전'과 20~40인 사이의 유저들이 '공격대'를 짜서 공략하는 '공격대 인스턴스 던전'으로 나뉘어 있다. 이 중 '공격대 인스턴스 던전'은 공격대의 협동심을 요구하는 짜임새 있는 구성과 패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보스 몬스터와 높은 보상 등으로 유저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전세계에서 서비스 되는 게임인 만큼, 새로운 레이드 보스가 등장할 때마다 ‘어떤 공격대가 보스 첫 킬을 달성하는가?’는 많은 관심을 끄는 주제 중 하나이다.

◆ ‘디아블로3’는 알록달록한 지옥에서 만든 게임? ‘디아블로3’의 ’알록달록동산’, ‘개발지옥’
블리자드의 액션RPG '디아블로3'에는 전작의 '카우방'을 잇는 독특한 인던들이 있다. 첫 번째는 특별한 재료를 모아서 갈 수 있는 '알록달록동산'이다. ‘디아블로3’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이름의 이 인던은 푸른 초원에 무지개가 떠있으며 유니콘, 분홍곰 등의 귀여운 동물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방심하면 귀여운 동물들에게 둘러 쌓여 시체가 되어있는 자신의 캐릭터를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지만, 좋은 등급의 아이템들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유저들이 찾는 인기 인던이다.
두 번째는 그 이름도 특이한 '개발 지옥'이다. '버림 받은 자의 묘지' 근처에서 랜덤으로 생성되는 인던인 '개발 지옥'은 ‘디아블로3’의 주요 개발자의 이름을 딴 몬스터들이 등장하며 최종 보스로는 ‘디아블로3’의 개발 책임자인 '제이 윌슨'이 등장해 유저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그 중에는 한국인의 이름도 찾아볼 수 있어 괜히 반가움을 느끼는 유저들도 많았다.
◆ “야 너 어디야”, “던전에 ‘사과’ 넣고 들어와”, 마비노기의 ‘아이템별 인던’
넥슨의 MMORPG ‘마비노기’에는 사용하는 아이템에 따라 던전의 모습이 바뀌는 ‘아이템별 인던’이 있다. 각 던전마다 존재하는 여신상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바치면 아이템에 따라 다른 형태의 인던이 생성된다. 덕분에 인던에 입장하면 다른 유저들과 완전히 단절되어 버리는 다른 게임과는 달리 다른 캐릭터라도 동일한 아이템을 넣으면 같은 던전에 입장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초기에는 강력함으로 악명 높았던 몬스터인 ‘골렘’을 잡기 위해 50여 명의 유저들이 한꺼번에 들어가 맨손으로 플레이하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기존의 인던과 같은 플레이도 즐길 수 있다. 던전 마다 정해진 '하급', '중급', '상급' 등의 특별한 ‘던전 통행증’을 바치면 좀 더 높은 난이도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던전을 플레이 할 수 있다. 해당 던전들은 같은 통행증을 바쳐도 다른 던전이 생성되므로 다른 유저들의 방해 없이 던전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아이템별 인던은 마비노기의 스토리인 ‘메인스트림’에서 NPC(보조캐릭터)의 입장이 되어 플레이 할 수 있는 ‘RP 던전’으로도 등장해 유저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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