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선호하는 투수는 가장 많은 탈삼진을 기록하는 투수도, 많은 이닝을 먹는 투수도 아니다. 감독은 팀의 승리를 이끄는 투수를 가장 높게 평가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선발 등판시 승률 82.3%를 기록 중인 류제국은 김기태 감독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투수일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류제국(30)이 LG에 승리를 안겼다. 류제국은 12일 잠실 KIA전에 올 시즌 17번째 선발 등판, 총 93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2볼넷 8탈삼진 2실점했다. 1회초부터 탈삼진 3개로 삼자범퇴를 달성한 류제국은 6회까지 빗속에서도 굳건히 마운드를 지켰다. 언제나 그랬듯, LG 타자들은 류제국의 호투에 그대로 화답, 10점을 올렸다. LG는 KIA에 11-3으로 완승, 시즌 66승(46패)을 거두고 선두 수성에 성공했고 류제국도 9승에 성공했다.
이로써 LG는 우규민과 리즈에 이어 세 번째 9승 투수를 보유했다. 시즌 종료까지 16경기가 남았기 때문에 LG는 2011시즌에 이어 2년 만에 10승 선발 투수 3명, 21세기 최초로 토종 10승 선발투수 2명을 보유할 수 있다. 세 명의 선발투수 모두 LG 마운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지만, 이중 류제국의 등장이 가장 화려했다.

지난겨울 우여곡절 끝에 LG와 계약한 류제국은 5월 19일 1군 첫 선발 등판부터 승리를 따내며 연착륙을 신고했다. 그리고 LG는 류제국이 팀에 합류한 시점부터 무섭게 질주, 쉬지 않고 치고 올라갔다. 벤자민 주키치의 부진으로 선발진 한 자리가 구멍난 상황에서 류제국이 구세주가 됐고 LG는 투타 모두에서 안정감을 뽐내며 폭주했다. 그러면서 류제국은 입단 첫 해부터 LG의 ‘승리 아이콘’이 됐다.
이날 경기 전까지 류제국이 등판한 경기서 LG 타자들은 9이닝 기준 6.23점을 기록, 류제국은 팀 내 투수 중 타자들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는 투수로 자리 중이다. 그러나 류제국의 빠른 선발승 사냥이 단순히 타자들의 지원에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첫 선발 등판 경기부터 모두를 놀라게 한 커브와 체인지업, 그리고 한국 무대 복귀 후 꾸준히 구속이 올라가고 있는 패스트볼은 류제국의 재능의 크기를 알 수 있게 한다. 만루시 피안타율 7푼1리(15타수 1피안타)라는 수치가 보여주듯,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 또한 류제국만이 지닌 장점이다.
LG 차명석 투수코치는 류제국을 “15승 에이스투수”로 보고 있다. 빼어난 하드웨어에서 나오는 무리가 가지 않는 부드러운 투구폼과 강인한 멘탈, 다양한 공을 던질 줄 아는 손재주까지. 류제국은 에이스투수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 1위를 사수하며 투수 왕국을 향한 첫 발을 디딘 LG 마운드. 앞으로 LG 마운드 중심에 류제국이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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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