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믿을 수 없는 역전패. 그러나 에이스는 화려했던 때의 투구를 재현했다. 거친 느낌의 역동적인 투구폼에서 나오는 빠른 공의 좌완 에이스. SK 와이번스의 좌완 에이스 김광현(25)은 가장 자신다운 투구로 위력을 발산했다.
김광현은 12일 문학 두산전 선발로 나서 5회 1사까지 노히트 피칭을 선보이는 등 6⅔이닝 동안 단 1피안타(탈삼진 5개, 사사구 4개)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7-0으로 앞선 7회초 2사에서 임경완에게 바통을 넘겼다. 최고 구속은 152km였으며 커브-슬라이더-체인지업을 골고루 섞어 던졌다. 팀이 9회 대거 7실점하며 7-9 믿을 수 없는 역전패를 당하는 바람에 승리를 따내지 못한 김광현이다.
팀의 역전패로 인해 에이스의 수훈이 빛을 잃고 말았으나 이날 김광현은 자신이 가장 좋았을 때의 위력을 완벽하게 보여줬다. 안산공고 시절부터 고교 최고의 에이스로 두각을 나타내며 계약금 5억5000만원 거액에 SK 1차 지명을 받은 김광현은 데뷔 첫 해 전반기 시행착오를 겪은 뒤 2007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서부터 진면모를 과시했다. 당시 김광현은 그해 22승을 따낸 다니엘 리오스와의 선발 맞대결에서 오히려 압도하며 7⅓이닝 무실점투를 펼쳤다. 시리즈 향방을 2승2패 원점으로 맞추며 팀 창단 첫 우승을 이끈 주역이었다.

이후 3년 간 김광현은 정말 잘 나갔다. 2008년 16승 평균자책점 2.39, 팔꿈치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접었음에도 2009년 12승 평균자책점 2.80, 2010년 17승 평균자책점 2.37로 맹위를 떨쳤다. 국가대표로서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준우승 등에 공헌하며 젊은 일본 킬러로도 우뚝 섰다.
역동적인 투구폼에서 나오는 최고 155km의 직구와 슬라이더-커브. 아이돌을 연상케하는 곱상한 외모까지. 김광현은 류현진(LA 다저스)과 다른 스타일로 팬들에게 어필했다. 훈남 류현진과 꽃미남 계열의 김광현은 다른 외모만큼이나 확연히 다른 투구폼, 다른 스타일로 한국무대 좌완 에이스 원투펀치가 되었다.
그러나 2011년부터 김광현은 몸이 아파 슬럼프를 겪었다. 뇌경색을 앓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합류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팬들에게 충격을 줬던 김광현은 이후 투구 밸런스 붕괴, 어깨 부상 등으로 제 위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2년 간 10승 미만의 승수와 4점대 평균자책점. 젊은 에이스의 연이은 불운에 팬들이 크게 안타까워했으니 본인의 마음고생은 오죽했겠는가.
지난해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서 김광현은 완전하지 않은 몸 상태에서도 투혼을 발휘했다. 비록 팀은 준우승에 그쳤으나 4차전 5이닝 1실점 선발승. 그리고 김광현은 “나 자신을 아끼자고 몸을 사리는 것은 이기적인 일이다. 내가 도움이 되지 못해 동료들이 책임을 짊어졌으니 앞으로 더욱 잘해야 한다”라며 각오를 불태웠다.
올 시즌 김광현은 점차 본연의 위력을 찾으며 22경기 10승7패 평균자책점 4.04를 기록 중이다. 특히 12일 등판이 뛰어났던 이유는 특유의 역동적인 투구폼으로 광속 좌완의 매력을 물씬 풍겼다는 점. 제구가 완벽하지는 않아 사사구 3개를 내줬으나 좋았던 3년을 생각하면 그 당시에도 김광현은 완벽한 제구력을 갖춘 기교파 좌완이 아닌 파이어볼러의 위력으로 타자를 압도했던 에이스다. 류현진과는 다른 매력으로 팬들의 환호를 이끌었던 그 때의 김광현이 돌아왔다.
팬들이 가장 기대하고 거듭 바라보는 이유가 있다. 김광현은 아직도 그동안 던진 공보다 던져야 할 공이 많은 투수다. 시련 속에서 구위를 잃지 않았다는 점은 팬들에게 더욱 고무적이다. 파이어볼러 김광현의 1피안타 무실점 쾌투는 그래서 더욱 반가웠다.
farinell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