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래시' 폐지, '아육대'는 괜찮겠니?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3.09.13 09: 37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한동안 출연자를 굶기는 예능이 대세였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원조 격인 '무한도전'이나 '1박2일', 그리고 '패밀리가 떴다' 등 후속 예능들이 부유한(?) 출연자들의 방송 속 먹거리 결핍을 통한 생고생을 자주 다루면서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했고 인기를 모았다. 그렇다면 요즘은?
모든 연예인들의 국가대표급 운동선수화(화)가 트렌드로 자리잡는 모양이다. 갖가지 운동종목을 소재로 출연자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무모한 도전을 강요하면서, 제작진은 곧잘 이를 자아성취 또는 극기 과정의 하나로 소개한다. 이런 스타일의 예능 출연자들이 어려운 운동 과제에 도전하고 이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감동 드라마는 분명히 좋은 볼거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문제는 출연자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신음한다는 데 있다. '사느냐 죽느냐' 식으로 그들만의 오지 탐험을 주장하는 '정글의 법칙'보다 갖가지 운동회 부류의 예능에서 출연자들이 다치는 사례가 더 잦은게 현실이다. 뼈가 부러지고 인대가 늘어나는 큰 부상이 아니라면, 소속사와 매니저가 방송사 눈치 보느라 쉬쉬하고 넘어가는 일들도 많을게다.

와중에 MBC '스타 다이빙쇼 스플래시’(이하 ‘스플래시’)가 오는 13일 4회를 끝으로 폐지 결정을 내렸다. 개그맨 이봉원이 지난 4일 다이빙 연습 도중 10m 높이에서 점프해 입수했다가 눈 밑 뼈 골절을 당한 게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스플래시’는 ‘높은 다이빙대 위에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내는 유명인들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스릴과 감동을 전달한다’라는 취지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해외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예능 포맷을 MBC가 들여와 의욕적으로 방송했지만 결국 출연자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이런저런 시청률 핑계로 문제 많은 예능들을 끈질기고 몰고 가는 다른 방송사들에 비해 MBC의 이번 결단은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이참에 MBC 명절 단골프로인 '아이돌 육상대회'(아육대)의 지속 여부도 숙고해 보길 바란다. 국내 정상급 남녀 아이돌 멤버들이 총출동해 육상대회를 펼치는 '아육대'는 다양한 볼거리와 풍부한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본업 가수인 청춘남녀들의 부상 소식이 끊이질 않는 프로다.
또 가요관계자들 사이에 "울며 겨자 먹기로 아육대 간다"는 아육대 타령이 유행하진 오래고, "왜 쟤들은 빠지고 우리만 아육대냐"는 식으로 상호 견제와 비방으로 프로그램의 본래 취지를 왜곡시키고 있다. '스플래시' 폐지의 결단을 내린 MBC가 결자해지에 나설 대목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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