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관계자들은 현재 아마추어 야구와 프로 초년병들을 보며 포수 유망주가 예년에 비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그 가운데 두산 베어스는 포수난에서 자유로운 구단 중 하나. 젊고 담대한 데다 큰 그림을 보는 주전 포수 양의지(26)는 물론 곰살궂은 성품과 인사이드워크 능력. 그리고 야구에 대한 뜨거운 열의를 갖춘 슈퍼서브 최재훈(24)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최재훈은 12일 문학 SK전서 9회초 2-7로 뒤진 무사 1,2루서 윤길현으로부터 좌월 스리런을 때려냈다. 5-7 추격권으로 돌입하는 천금 스리런. 이 홈런으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두산은 김동한의 역전 결승 스리런과 임재철의 쐐기타를 묶어 9회에만 7득점, 9-7 역전극 연출에 성공했다. 상대 에이스 김광현에게 꽁꽁 묶이고 2회 손시헌의 타구가 박근영 1루심의 오심으로 아웃 판정되는 악재 속에서 거둔 값진 승리였다.
덕수고 시절 뛰어난 포수 유망주로 손꼽혔으나 드래프트에서 지명되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던 최재훈은 예정되어 있던 단국대 진학 대신 두산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첫 2시즌을 2군에서 보냈던 최재훈은 경찰청에서 2년을 복무, 명포수 출신 유승안 감독의 지도를 받아 급성장했다. 이미 고교 시절부터 프로급이라는 평가를 받은 도루 저지 능력은 물론 우규민(LG)과 배터리를 이루며 블로킹 능력도 일취월장했다.

지난해 두산 수석코치를 맡으며 최재훈을 지도하기도 했던 이토 쓰토무 지바 롯데 감독은 원래 1군 백업 포수의 성장을 우선시했던 지도자. 그러나 최재훈은 단순한 백업 포수가 아니라 국가대표 포수로도 자랄 수 있는 유망주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칭찬 뒤로 선수가 탈진하기 직전까지 맹훈련을 시키기도 했으나 양의지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최재훈은 이토 감독의 애제자였다.
올 시즌에도 강성우 배터리코치의 지도 아래 구슬땀을 흘리며 포수로서 기량을 키웠다. 최재훈이 주전으로 중용되지 못한 이유는 바로 타격. 경찰청 두 번째 해 퓨처스리그 타점왕이 되기도 했으나 그래도 아직은 타석에서 주는 위압감은 양의지만큼이 아니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아직 젊은 포수인 만큼 경기 경험 속에서 자신의 기량을 키우고 있는 최재훈은 그래서 더욱 부단하게 노력 중이다.
경기 후 최재훈은 “타석에 들어서기 전 장원진 타격코치께서 윤길현의 슬라이더를 노리라고 주문해주셨다. 그래서 타석에서는 직구와 슬라이더를 공략한다는 생각으로 나섰다. 파울 홈런 후 ‘병살은 무조건 안 되고 죽어도 나 혼자 죽고 무조건 진루시킨다’라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마침 슬라이더가 왔다. 안타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 맞아 멀리 갔다”라며 기뻐했다. 시즌 두 번째 아치이자 데뷔 후 세 번째 홈런포였다.
좋은 포수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재능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보다 몇 곱절 많은 노력을 쌓고 경기 중에도 수없이 앉았다 일어서며 상대 타자의 약점을 파악하고 투수의 장점을 살려주기 위해 노력한다. 리드의 결과론에 따르는 비난도 감수해야 하는 스트레스 덩어리의 직업이다. 타격은 보너스라고 해도 타자로서 매력을 내뿜지 못하면 출장 기회는 사라진다. 무한한 책임이 어깨를 짓누르는 가운데서도 최재훈은 제 기량을 계속 쌓으며 좋은 포수 반열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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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