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메이저리그 데뷔의 꿈을 이룬 임창용(37, 시카고 컵스)이 한걸음씩 전진하고 있다. 아직은 추격조의 보직이지만 언젠가는 당당히 컵스의 마무리가 될 날을 향해 굵은 땀을 흘리는 중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좌우를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임창용도 이에 대한 각오를 드러냈다.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메이저리그(MLB)에 승격한 임창용은 8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 MLB 데뷔전을 가졌다. 11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는 두 번째 시험등판에 임했다. 두 경기 모두 내용이 아주 깔끔한 것은 아니었다. 아직 몸 상태가 80~9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점수는 허용하지 않았다. 위기관리능력과 심장이 살아있음은 충분히 증명했다.
컵스 관련 언론들도 임창용의 가세에 주목하고 있다.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은 역시 일본에서 ‘수호신’으로 활약한 전력이다. 일본에서 그 정도 활약을 했다는 것은 기본적인 구위와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보증하는 자료다. 두 번째는 독특한 폼이다. 한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미국에는 사이드암이 흔치 않다. 타자들이 이런 폼을 가진 선수들을 상대해 본 경험이 많지 않기에 임창용이 부가적인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컵스 담당기자들은 “임창용의 폼이 독특하다”라고 하면서 “특히 우타자를 상대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임창용은 마이너리그 트리플A 11경기에서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9푼5리밖에 되지 않았다.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188)도 낮은 편이었지만 우타자에게는 대단히 강한 면모를 뽐낸 것이다. 이에 시카고나우는 “임창용이 우타자에게는 악몽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높은 평가를 내린 바 있다.
표본이 많지는 않지만 메이저리그에서도 일단 우타자에게는 안타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5타자를 상대해 사구와 볼넷 하나를 내줬다. 하지만 임창용의 시선은 우타자에게만 향해 있지 않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활약하는 것이 목표다. 임창용은 현지 언론의 시각을 전하자 “좌타자에게도 악몽이 되고 싶다”라며 웃었다.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임창용은 “일본에서도 좌타자에게 그렇게 약하지 않았던 것 같다”라고 했다. 사이드암의 특성이 좌타자에게 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절대적이지는 않다는 의미였다. 임창용이 야쿠르트에서 마무리 보직을 꿰찰 수 있었던 것도 좌우를 가리지 않는 활약 때문이었다. 우타자 스페셜리스트로 낙인찍히면 그만큼 활용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고 나이가 많은 임창용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다. 임창용이 남은 시즌 좌타자를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도 관심거리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