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꽃할배', 집요한 편집이 펼쳐낸 캐릭터 플레이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3.09.14 08: 53

tvN '꽃보다 할배'를 살린 건, 할배도, 이서진도, 멋진 야경을 지닌 대만도 아니었다.
한번 잡은 캐릭터는 집요하게 추적하고 반복 세뇌(?)시키는 편집이었다. 편집을 통하면 사소한 행동 하나가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발전하고, 자그마한 실수 하나가 써니를 그리워하는 중대한 후유증이 됐다. 큰 일정도, 갈등도 없는 여행에 스토리를 부여하는 건 팔할이 편집의 몫이었다.
13일 방송에선 이같은 편집의 역할이 특히 지대했다. 프로그램의 활력소였던 써니가 곧바로 떠나버렸고, 이서진 혼자서 할배들을 이끌고 온천 등을 다니는 과정이 그려졌다. 새로운 인물도 없고, 큰 갈등도 없었으며, 영상 속 대만은 프랑스보다 덜 이국적이었는데, '꽃보다 할배'는 오로지 캐릭터 플레이로 방송분량을 채우는데 성공했다.

이서진은 써니가 떠난 후 몇가지 사소한 실수를 했는데 이는 모두 써니 후유증으로 포장됐다. 그는 택시를 잡으며 진땀을 흘리고, 새 숙소의 체크인 시간을 잘못 아는 등 허둥댔는데, 이는 써니가 떠난 후를 유독 걱정하던 그의 모습과 맞물려 흥미로운 후유증 증상이 됐다.
신구가 이순재에게 "내일부턴 우리 둘이 남는데, 이제 술 세잔 정도는 하자"고 권하는 모습도, '껄렁껄렁' 이라는 자막과 긴장감 높은 배경음악이 깔리니 리더간 큰 격돌이 됐다. 박근형이 "(두 사람의 긴장이) 낮에는 잘 안드러나는데, 밤에는 나타난다. 앞으로 흥미진진할 거다"라고 예고하는 멘트가 더해지니 엄청난 갈등이 곧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가 된다.
이서진이 앞서 새 숙소를 싼 값으로 잡을 때 이 결정이 어마어마한 재앙이 될 것처럼 편집했지만, 실은 큰 일이 아니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 또한 '귀여운' 낚시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사소한 것들이 '꽃보다 할배'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다. 13일 방송은 이순재가 지나가던 개를 보고 한마디 내뱉는 것도 놓치지 않고 그의 '동물 사랑'을 회자했으며, 신구가 백일섭의 입술을 살짝 잡는 것에도 알렉스의 음악을 깔고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진행비를 아끼기 위해 이서진과 나영석 PD가 티격태격하는 장면도 세세하게 모두 보여주며 순순히 당하지만은 않는 이서진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앞으로의 방송도 캐릭터 편집에 상당부분 기댈 것으로 보인다. 대만이라는 비교적 친숙한 여행지를 배경으로, 써니에 박근형, 백일섭도 없는 상태에서 남은 분량을 어떤 캐릭터쇼로 채워나갈 것인지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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