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사이드암 투수 우규민이 마침내 아홉수에서 탈출, 10승에 성공했다.
우규민은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KIA와 시즌 16차전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총 92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1볼넷 2탈삼진 2실점했다. 우규민은 4회 고전하며 2점을 내줬지만, 타선이 5회까지 7점을 뽑아주면서 선발승을 올렸다.
우규민은 잘 던졌고 타선은 폭발, 모처럼 선발승을 향한 정박자가 이뤄졌다. 우규민은 지난 8월 2일 삼성전에서 시즌 9승에 성공, 팀 내 선발투수 중 가장 빠르게 10승 고지에 오를 것 같았다. 그러나 이후 6경기서 지독한 불운에 시달렸다. 의식하지 않았던 아홉수가 우규민의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지난 6경기 중 7일 삼성전을 제외하면 자책점 4점 이상을 기록한 경기는 전무했지만, 유난히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특히 8월 21일, 27일 넥센전과 9월 1일 롯데전 3경기 총합 5점만 내줬음에도 타선이 침묵하고 불펜진이 리드를 지키지 못해 10승이 무산됐다. 올 시즌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투수로 전환, 시즌 내내 승승장구하던 우규민에게 위기의 순간이 닥쳐온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날 우규민은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절치부심했다. 7일 삼성전에서 지나치게 빠르게 타자들과 승부를 걸며 특유의 타이밍 싸움을 잃어버렸던 것을 곧바로 되찾았다. 직구 체인지업 커브 등을 자유롭게 섞어 던졌고 와인드업시 타이밍을 자유롭게 조절하며 KIA 타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특히 4회초 첫 타자 안치홍을 상대로 순간적으로 팔 높이를 올려 헛스윙 삼진을 유도한 장면은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우규민에게 140km 후반대의 직구는 없다. 하지만 우규민은 리그에서 가장 적은 볼넷(9이닝당 1.81개)을 기록, 안정된 제구력과 경기운영 능력으로 타자들을 제압한다. 2006시즌, 프로 입단 4년차 만에 마무리투수가 됐고 2007시즌 30세이브를 올릴 때만 해도 우규민에게 이러한 노련함은 없었다. 그러다보니 이따금씩 제구력이 흔들리고 연타를 허용, 2008시즌과 2009시즌에는 2년 연속 깊은 부진에 빠졌다.
마무리투수는커녕, 불펜 필승조에서도 밀려나며 자리를 잃은 우규민은 2009시즌을 마치고 군입대를 다짐했다. 그리고 경찰청 복무를 통해 새로운 투수로 다시 태어났다. 스스로 ‘마무리 투수=우규민’이란 공식을 깨드리기 위해 선발 등판을 자처했고 퓨처스리그 최고의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했다. 힘으로 공을 던지는 것이 아닌 메커니즘으로 공을 뿌렸고 마음대로 로케이션이 형성됐다.
2012시즌 군 복무를 마치고 LG에 돌아온 첫 해, 우규민은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LG 마운드의 마당쇠 역할을 했다. 92⅔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3.30으로 2013시즌 LG 마운드의 부활을 예고했다. 결국 우규민은 지난겨울부터 일찍이 풀타임 선발투수 준비에 들어갔고 올 시즌 LG 토종 선발진에 붙었던 물음표를 거대한 느낌표로 바꾸는데 앞장섰다.
이날 경기 후 우규민은 “풀타임 선발투수로 첫 시즌이다. 그만큼 앞으로 더 배워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10승을 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제 1승이라 생각한다”며 “팀 전체가 하나로 뭉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있다는 게 정말 기쁘다. 예전에 마무리투수를 할 때 소원은 포스트시즌서 마무리투수로 등판하는 것이었다. 이제 선발투수인 만큼, 선발투수로 치를 포스트시즌이 기대된다”고 가을잔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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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