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이래서 대형기획사였다.
엠넷 'WIN'을 통해 YG에서의 다음 데뷔를 두고 '제일' 잔인한 경쟁을 치르고 있는 연습생들이 또 다른 경쟁사 JYP로 건너가 더 큰 시련을 맛봐야했다. 프로들의 살벌한 경쟁을 미리 겪어볼 수 있었고, 그만큼 훌쩍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물론, 더 뜨거운 눈물도 흘려야했다.
13일 방송에서 YG 연습생들은 양현석 대표와 함께 JYP를 찾아 배틀을 벌였다. 랩 배틀에서 앞서가는듯 하면서 기세를 잡았지만, 역시 만만한 상대는 없었다. JYP에는 자신들만큼이나 프로에 가까운 연습생들이 있었다.

JYP 라인 래퍼들은 미국에서 건너와 현란한 영어랩을 선보였다. 이들은 "미국적 스웨그는 우리가 이긴다"고 자신했다. 양 대표도 "JYP 특유의 랩 스타일이 아니었다"고 놀라워했다.
YG에서는 연합팀이 출격했다. B.I는 가사를 모두 까먹고 프리스타일 랩을 선보였지만 호평받았다. 박진영은 "플로, 가사전달력, 가사 내용 모두 흠잡을 데없는 무대였다. 특히 바비가 내 취향이다"며 만족해했다. 양대표도 "랩 대결은 YG가 이겼다고 생각한다"고 흡족해했다.
하지만 JYP의 반격은 대단했다. JYP의 댄스팀은 눈을 뗼 수 없는 덤블링으로 'WIN'팀을 주눅들게 했다. 양 대표도 "덤블링을 하다가 옆으로 미는 건 의외의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호평했다.
여기에는 B팀이 군무로 나섰다. 박진영은 "구준회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놀라워하면서도 "JYP팀도 마찬가진데, 너무 잘하려 하다보니까 박자가 너무 빠르다. 우리는 아직 팀을 안짰는데, 여기는 팀이 짜여져있어서였는지 팀워크가 앞서갔다"고 평했다.
흥미진진한 배틀이 이어졌지만 정작 JYP보다 더 큰 장애물은 엄청난 긴장감을 이겨내지 못한 자기 자신이었다. 노래 배틀에서 양팀은 높은 긴장감을 표내고 말았다.
우선 JYP 노래팀의 선곡은 김건모의 '잠못드는 밤 비는 내리고'였다. SBS 'K팝스타'에서보다 훨씬 더 세련돼진 박제형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노래는 평이했다. 양 대표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등허리에서 땀이 흐를 정도로 감동을 주기에는 좀 부족하지 않았나"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그는 A팀 보컬라인을 출격시켰다. 문제는 그때부터. 김진우가 박진영의 '여자가 있는데'를 부르면서 가사를 홀랑 잊어버리고 말았다. 분위기가 금세 다운됐다. 양대표는 "보는 내가 부글부글 끓었다. 박진영씨 앞에서 박진영씨 노래 가사를 틀렸다는 게 너무 미안했다"고 말했다.
박진영은 위로했다. 그는 "나중에 몇만명 앞에서 노래하는 거보다 지금이 더 떨릴 거다"라며 "방송이라고 좋게 얘기해줄 마음도 없다. 진우는 내가 마음이 아프다. 얼마나 떨리는지 아니까. 그래도 100번하면 실수하는데 200번하면 실수 안한다"며 아픈 조언을 건넸다. 뒤늦게 인터뷰에서 보여진 김진우의 눈물은 그 어떤 드라마 속 눈물보다도 시큰했다. 그는 "좋은 기회 주셨는데 너무 죄송스럽고 멤버들에게 미안하다. 더 노력하고 해야 할 것 같다"고 펑펑 울면서 말했다.
박진영의 선택은 B팀이었다. 그는 "정이 가는 건 A팀이다. 하지만 내가 내 돈을 투자해야 한다면 B팀이다"고 잔혹한(?) 평가를 내렸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느낀 건, 비슷하구나 라는 것이다. 지금부터 누가 더 잘 준비하느냐가 관건이겠구나 싶다"고 말했다.
두 기획사의 배틀은 이번이 세번째다. 비와 세븐이, 빅뱅과 2PM이 이같은 배틀을 벌인 바있다. 단순히 연습생으로서 교육을 받는 게 아니라, 보다 더 큰 경쟁을 해보고 더 큰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획사 간 배틀만한 건 없어보였다. 'WIN'이 이날 방송에서 보여준 양 기획사의 배틀은 역시 더 체계적이고, 또 동기부여도 더 잘되는 대형기획사의 강점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 됐다.
양대표는 "프로로 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잘 못할 수 있다. 이게 실전이고, 프로들의 세계다.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일들 수도 없이 경험해야 프로가 될 것"이라고 이날의 배틀을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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