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뛰겠다".
13일 삼성-롯데전이 열리기 전 대구구장.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박석민(28)의 왼쪽 팔뚝에는 압박 붕대가 감겨 있었다. 잇딴 사구에 왼팔이 퉁퉁 부어 있었지만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12일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박석민은 0-1 패배를 지켜보며 마음이 무거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일까. 박석민은 "무조건 뛰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권오경 수석 트레이너는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박석민을 지켜봤다. "타박상이 심해 통증이 남아 있지만 무조건 나가겠다고 한다. 팀을 위한 희생을 선택했다".

넉살 가득한 평소 모습과는 달리 박석민의 표정 속에 비장함이 엿보였다. 그는 경기 출장에 관한 취재진의 물음에 "내가 유격수를 나가겠나. 아니면 포수를 나가겠나. 원래 그 자리 그대로 나간다"고 대답했다.
이날 5번 3루수로 선발 명단에 포함된 박석민은 공수 양면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1회 몸에 맞는 공으로 걸어나간 뒤 2회 2사 2,3루서 중전 안타를 때려 박한이와 최형우를 홈으로 불러 들였다.
4회 헛스윙 삼진, 6회 3루 땅볼로 물러나는 바람에 더 이상 안타를 추가하지 못했지만 8회 상대 추격 의지를 잠재우는 명품 수비를 선보이며 박수 갈채를 받았다.
5-10으로 뒤진 롯데의 8회초 공격. 박석민은 무사 2,3루 위기에서 대타 박준서의 강습 타구를 걷어낸 뒤 미리 스타트를 끊은 3루 주자 전준우까지 아웃시켰다. 대타 장성호 또한 3루 땅볼로 고개를 떨궜다. 만약 박석민이 명품 수비가 없었다면 삼성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삼성은 롯데를 10-5로 꺾고 선두 탈환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후반 들어 박석민의 호수비가 결정적이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 후 기자와 만난 박석민은 "뛸 수 있기 때문에 뛰는 것일 뿐"이라고 '붕대 투혼'이라는 표현에 대해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한국시리즈 3연패에 도전하는 삼성의 핵심 선수답게 책임감과 승부 근성이 더욱 강해진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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