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는 경기의 흐름을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임무를 가지고 마운드에 선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선보인다고 해도 5이닝 이상을 던져야 승리 요건이 만들어지는 것은 이런 선발투수의 특성을 감안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류현진(26, LA 다저스)의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은 훌륭하다고 할 만하다. 단 한 번도 조기 강판이 없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13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27경기에 나서 13승6패 평균자책점 3.07의 성적을 내고 있다. 세간의 예상을 뛰어 넘는 순항이다. 벌써 173이닝을 던지며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으로 우뚝 섰다. 이제 류현진이 없는 다저스 선발진은 생각할 수가 없을 정도다. 신인들이 으레 보여주는 기복도 없이 꾸준하게 시즌 막판을 향해 가고 있다. 현지 언론에서도 극찬하는 대목이다.
이런 류현진의 기록 중 눈에 띄는 것은 이닝소화능력이다. 류현진은 올 시즌 27경기에서 20번이나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했다. 퀄리트 스타트는 기본적으로 6이닝을 던져야 따낼 수 있는 기록이다. 류현진이 선발 투수로서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음을 증명하는 자료다. 여기에 5회 이전에 내려가는 조기강판도 없었다. 27경기에서 한 번도 예외 없이 5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도 분명히 있다. 초반부터 난타를 당하거나 투구수가 불어나 고전하는 경기는 찾아온다. 실제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 한 경기도 빠짐없이 5이닝 이상을 소화하고 있는 선수는 몇 되지 않는다. 27경기 이상에서 매 경기 5이닝 이상 소화를 한 선수는 류현진을 포함해 15명밖에 없다. 30경기에서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한 팀 동료 클레이튼 커쇼를 비롯, 20승 도전에 나서고 있는 맥스 슈어저(디트로이트) 등 모두 쟁쟁한 투수들이다.
물론 류현진도 매 경기 투구 내용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초반에 고전하는 경기도 있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다시 정상 페이스를 찾아 기어이 5~6이닝을 채우는 경기가 많았다. 스스로의 강한 의지도 이런 기록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했다. 류현진은 선발 투수의 덕목으로 “승리보다는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을 손꼽는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6이닝은 막는다’라는 강한 책임감으로 버티는 것이다. 벤치의 신뢰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다. 류현진의 꾸준함과 책임감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환히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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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