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막판 프로야구를 보는 재미 가운데 하나는 신인선수의 활약이다. 팀의 미래인 이들의 활약은 끝나가는 야구시즌을 더욱 아쉽게 만들고, 내년 프로야구를 더욱 기다리게 만드는 활력소다.
롯데는 신인 외야수 조홍석(23)의 활약에 반색한다. 배명고-원광대를 졸업한 조홍석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롯데 주전좌익수 후보로 거론됐다. 일단 공을 맞히는 능력이 뛰어나고 발이 빠른데다가 타구 판단까지 뛰어나 대형 외야수가 될 만한 재목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시진 사단 밑에서 '제 2의 서건창'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조홍석. 그렇지만 부담이 컸던 탓일까, 조홍석은 스프링캠프 도중 고열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조기 귀국하고 말았다. 정밀검진을 받아도 특별한 이상은 없었지만 조홍석은 일단 퓨처스리그로 밀렸다.

그 사이 롯데 주전 좌익수 자리는 김문호가 차지했고 부상으로 시즌아웃 판정을 받자 이승화가 그 자리를 이었다. 이승화까지 부상을 입었지만 조홍석은 곧바로 기회를 받지 못했고 대신 황성용, 정보명 등이 좌익수로 투입됐었다.
조홍석은 8월 말부터 1군경기에 본격적으로 출전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쳤다. 이후 16경기에서 타율 2할9푼(31타수 9안타), 특히 2루타 3개로 장타력까지 갖췄다는 걸 보여줬다. 김시진 감독은 최근 조홍석을 붙박이 좌익수 1번타자로 적극 기용하며 내년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조홍석은 수비 한 번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12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삼성전에서 조홍석은 1-0으로 앞선 9회말 2사 1루에서 최형우의 타구를 잡아내 경기를 끝냈다. 최형우가 밀어친 타구는 좌중간을 가를 듯 날아갔고, 1루에 있던 발 빠른주자 정형식은 이미 2루를 통과해 3루를 향했다. 만약 공이 빠졌으면 동점이 될 상황, 조홍석은 재빨리 타구를 따라가 몸을 날리며 글러브를 힘껏 뻗어 잡아냈다. 적장 류중일 감독까지 "나이스플레이였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13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조홍석은 당시 장면에 대해 "처음에는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공이 뻗다라"면서 "그래도 글러브를 뻗었을 때 잡은 걸 알았다. 어깨가 조금 아프지만 전혀 문제없다"고 말했다.
조홍석은 175cm의 키에 60kg 후반대의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야구선수 치고는 큰 체격은 아니지만 의외로 장타력도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대학때는 추신수 선수가 롤모델이었는데 프로에 와서는 바뀌었다. 구단에서 이종욱 선배님같은 역할을 원하는데 거기에 맞춰서 플레이하는데 전혀 어려움은 없다"고 자신했다.
롯데에는 조홍석이 보고 배울만한 좌타자 선배가 적지 않다. 조홍석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장성호, 박종윤, 손아섭 선배님께 많이 배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손아섭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타자로 자리잡고 있기에 비슷한 체구의 조홍석이 참조할 점은 무궁무진하다.
어쩌면 롯데의 시즌 막판 최대수확은 조홍석의 발견일지도 모른다. 비록 먼 길을 돌아왔지만 뾰족한 송곳은 존재감을 드러내는 법, '낭중지추' 조홍석이 롯데 '좌익수-톱 타자'의 최종 대안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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