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정석이 움츠렀던 날개를 다시 펴는 모양이다. 드라마 주연작에서 들은 아쉬운 평가를 씻어내고 스크린에서 조연이지만 굵직한 존재감으로 팬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개봉 3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관상'(감독 한재림)은 조정석의 진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작품. 지난해 영화 '건축학개론'을 통해 '납득이 신드롬'을 일으켰던 그는 '관상'에서 역시 능수능란한 연기를 펼쳐보이며 충무로의 기대주임을 입증하고 있다. 최근 종영한 KBS 2TV 주말극 '최고다 이순신'에서 존재감 논란에 휩싸였던 기억은 이제 없다.
조정석은 지난해 400만 관객에게 사랑받았던 '건축학개론'의 흥행 공신이자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영화 속에서 '납뜩이'란 특이한 캐릭터를 열연해 재미를 선사한 그는 반듯하고 모범적인 마스크와 개성 있는 연기력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단숨에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 '더 킹 투 하츠'에서는 납뜩이와는 전혀 다른 부드럽고도 강인한 카리스마를 뽐내 여성 팬들을 홀렸다.

이어 줄줄이 영화에 캐스팅되는 행운을 누리던 중 지난 3월 '최고다 이순신'을 통해 사실상 드라마 첫 주연에 나섰지만 상승세에 풀이 꺾이는 결과를 보고 말았다. 이순신 역의 아이유에 비해 존재감이 미비한데다 조정석 특유의 연기톤이 캐릭터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혹평도 들어야했다. 지난해부터 승승장구하던 행보에 다소 제동이 걸리는 듯한 분위기가 안타까움을 자아내던 참이다.

드라마 끝나자 그는 다시금 영화로 완벽한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내는 모습. '관상'에서 조선 최고 관상가 내경(송강호 분)의 처남 팽헌으로 분해 웃음과 눈물의 중추를 확실히 잡아줬기 때문. 이 문제적 동반자는 영화 내내 송강호와 자연스러운 합을 이루며 관객들을 흡인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납뜩이가 연상되는 코믹한 연기부터 가슴이 무너지는 감정 연기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진가를 과시한 것.
조정석은 영화, 드라마 데뷔 전 뮤지컬 무대에서 상당한 입지를 굳힌 배우다. 지난 2004년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으로 시작해 다양한 작품에서 쌓은 연기 내공이 지금의 자양분이 됐다. 원톱 주연은 아니지만 작품마다 주연에 못지않은 호평을 따내는 저력은 그간의 세월과 노력에서 기인한다.
'관상' 측 한 관계자는 "'최고다 이순신'으로 다소 깎아먹은 평가를 단박에 되찾는 결정적인 한 수가 될 것이다. 충무로의 최대 기대주가 아닐 수 없다"라고 조정석의 연기력을 극찬했다.
드라마에서의 부진을 금세 탈탈 털어내고 비상하는 조정석의 앞날이 더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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