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173일 만의 4번 타자였다. 그리고 후안 유리베(34, LA 다저스)의 ‘4번 나들이’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다만 팀이 져 빛이 바랬다.
유리베는 14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3루수로 출전했다. 수비 위치는 별다를 것이 없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타순이었다. 돈 매팅리 감독은 이날 부상을 당한 핸리 라미레스, 그리고 휴식이 필요한 아드리안 곤살레스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면서 유리베를 4번 자리에 넣었다.
유리베가 4번 타자로 선발 출장한 것은 샌프란시스코 시절이었던 2010년 6월 29일이 마지막이었다. 다저스로 이적한 후에는 당연히 4번 타자로 나선 적이 없었다. 하지만 매팅리 감독은 9월 들어 타율 3할2푼3리, 3홈런, 장타율 6할4푼5리로 좋은 감을 이어가고 있었던 유리베를 전격적으로 4번에 기용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비교적 적중했다.

첫 타석에서 1루수 파울 플라이에 그친 유리베는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세 번 실패는 없었다. 0-0으로 팽팽히 맞선 6회 1사 1루에서 샌프란시스코 선발 매디슨 범가너의 직구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자신의 시즌 11호 홈런이자 범가너의 호투에 흠집을 내는 순간이었다.
유리베는 8회 네 번째 타석에서도 카시야를 상대로 깨끗한 중전안타를 뽑아내며 멀티히트 경기를 완성했다. 임시 4번치고는 맹활약이었다. 그러나 팀이 져 이런 유리베의 활약이 묻힌 것이 아쉬웠다. 다저스는 선발 클레이튼 커쇼가 7회에 4개의 안타를 연속으로 맞으며 3실점해 역전을 허용했다. 이후 8회에는 펜스에게 우중간 홈런을 맞고 1점을 더 내준 끝에 2-4로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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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