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LA 다저스를 공포에 빠뜨렸던 부상 악령이 시즌 막판 다시 찾아오는 모습이다. 주축 선수들이 잔부상에 시달리며 돈 매팅리 LA 다저스 감독을 뜨끔하게 하고 있다.
LA 다저스는 14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2-4로 졌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내고도 이기지 못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은 경기였다. 여기에 악재도 있었다. 바로 안드레 이디어(31)의 발목 부상이었다.
8회 2루타를 치고 나간 이디어는 2루에 도착한 뒤 무릎과 발목 부위를 붙잡는 장면을 연출했다. 매팅리 감독과 트레이너가 즉시 2루로 달려가 이디어의 상황을 확인했고 결국 이디어는 교체됐다. 매팅리 감독과 구단은 지난주 콜로라도 원정 당시 발목에 가벼운 부상을 입었던 이디어가 같은 부위에 통증을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부상 정도는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매팅리 감독은 “상태를 좀 더 봐야 한다”라고 하면서도 “3~4일 정도만 쉬면 될 것 같다. 다음주부터는 정상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며 이디어의 부상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 휴식을 주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디어도 경기 후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연이은 부상 변수에 긴장하는 기색은 역력하다. 다저스는 13일 경기에서 핸리 라미레스가 햄스트링 부위에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됐었다. 당초 부상 부위는 햄스트링으로 알려졌으나 MRI 촬영 결과 허리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라미레스는 보호 차원에서 당분간 경기에 나서지 않을 예정이다. 라미레스와 이디어 모두 큰 부상은 아니지만 포스트시즌을 앞둔 팀으로서는 신경 쓰이는 악재인 것이다.
올 시즌 다저스가 시즌 초반 고전했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선수들의 부상이었다. 선발진에서는 채드 빌링슬리와 조시 베켓이 차례로 이탈했다. 간판스타인 맷 켐프는 세 번이나 부상자 리스트에 올랐고 발목과 햄스트링에 부상을 당해 아직도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잔부상이 늘어나자 팀이 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류현진은 허리통증, 크리스 카푸아노는 왼쪽 사타구니 근육 부상, 그리고 이번에는 라미레스와 이디어의 몸에도 이상이 생겼다. 모두 9월 들어 생긴 일이다.
네 선수는 순차적으로 팀 전력에 돌아오거나 돌아올 예정이지만 이미 ‘부상 악령’의 쓴맛을 본 매팅리 감독으로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추가 부상자가 나올 경우 포스트시즌에는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어 더 신중하다. 다저스가 부상이라는 단어를 현명하게 피해갈 수 있을까. 사실상 지구 우승을 확정지은 다저스의 막판 최대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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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