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프' 포항 스틸러스가 제주 유나이티드를 제물로 FA컵 결승에 진출했다.
포항은 14일 오후 3시 제주월드컵경기장서 열린 2013 하나은행 FA컵 4강전서 제주 유나이티드를 4-2로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짜릿한 역전 드라마였다. 포항은 전반 1분 만에 마라냥에게 기습 선제골을 내줬다. 후반 13분엔 페드로에게 페널티킥 동점골을 허용했다. 하지만 포항은 전반 9분 고무열의 만회골을 기점으로 후반 3분 노병준의 추가골, 후반 16분 박성호의 결승골, 후반 35분 조찬호의 쐐기골을 묶어 승리를 이끌어냈다.
이로써 포항은 FA컵 2연패와 함께 통산 4번째 우승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게 됐다. 포항은 오는 15일 일전을 벌이는 전북 현대-부산 아이파크 승자와 우승컵을 다툰다.

반면 제주는 포항 징크스에 눈물을 흘렸다. 제주는 4강전에서만 포항에 3번째 무릎을 꿇었다. 지난 2007년과 2012년에 이어 또 한 번 패배의 쓴잔을 들이켰다.
굵은 빗줄기가 내리는 가운데 시작된 경기는 휘슬이 울리자마자 불꽃이 튀었다. 포항은 전반 1분 아크서클 근처에서 김승대의 중거리 슈팅이 수비수 몸에 맞고 굴절됐다. 이어진 코너킥에서 김대호의 헤딩 슈팅은 크로스바를 때렸다.
곧바로 반격에 나선 제주가 선제골을 터트렸다. 페드로가 포항 수비진을 헤집은 뒤 낮은 크로스를 올렸고, 문전으로 쇄도하던 마라냥이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포항의 골네트를 갈랐다.
포항도 물러서지 않았다. 전반 9분 이명주의 패스를 받은 신광훈이 오른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문전에 있던 고무열이 머리에 정확히 맞혔다. 제주의 박준혁 골키퍼가 손을 뻗어봤지만 공은 골대를 맞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동점골을 터트린 고무열은 물 만난 고기마냥 그라운드를 누볐다. 전반 14분 제주의 왼쪽 측면을 완벽히 허문 뒤 왼발 슈팅을 때렸다. 수비 몸에 맞아 무위에 그쳤지만 제주의 간담을 서늘케 한 장면.
포항의 공세에 다소 고전하던 제주도 전반 중반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전반 27분 페널티 박스 안에 있던 서동현이 강력한 회심의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신화용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긴 했지만 골과 다름 없는 찬스였다.
후반 들어서도 장군과 멍군이 쉴 새 없이 오갔다. 포항이 기어코 역전을 만들어냈다. 후반 3분 고무열의 정확한 땅볼 크로스를 받은 노병준이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제주의 골망을 흔들었다.
제주도 뒤질세라 곧바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후반 11분 마라냥이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치고 들어가며 김광석에게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페드로는 강력한 슈팅으로 포항의 골문을 열며 2-2로 균형을 맞췄다.
포항이 재차 앞서나갔다. 후반 16분 문전으로 날아온 프리킥에서 노병준의 볼처리가 길었지만 박성호가 왼발로 밀어넣으며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기세가 오른 포항은 노병준과 바통을 터치한 조찬호가 쐐기골을 넣으며 제주를 침몰시켰다. 조찬호는 후반 35분 상대 수비 다리에 맞고 흐른 볼을 오른발로 밀어넣으며 치열했던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dolyng@osen.co.kr
노병준-박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