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감독의 '말하는 대로'가 다시 한 번 포항의 FA컵 결승행을 이끌었다.
포항은 14일 오후 3시 제주월드컵경기장서 열린 2013 하나은행 FA컵 4강전서 제주 유나이티드를 4-2로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짜릿한 역전 드라마였다. 포항은 전반 1분 만에 마라냥에게 기습 선제골을 내줬다. 후반 13분엔 페드로에게 페널티킥 동점골을 허용했다. 하지만 포항은 전반 9분 고무열의 만회골을 기점으로 후반 3분 노병준의 추가골, 후반 16분 박성호의 결승골, 후반 35분 조찬호의 쐐기골을 묶어 승리를 이끌어냈다.
황 감독의 '말하는 대로'가 이끌어낸 결과다. 황 감독은 준결승을 앞두고 지난 8월 축구회관에서 열린 추첨식에서 "고무열(23)이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올 시즌 고무열이 골을 넣은 경기서 패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무열이 골을 넣은 경기에서 포항은 4승 1무 1패의 압도적 승률을 자랑하고 있다.

8강전 경남과 경기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4강 티켓을 안겼던 고무열에 대한 신뢰는 이날 경기서 9분 만에 보답을 받았다.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 여기에 비가 쏟아지는데다 원정 경기라는 악조건이 겹친 포항은 전반 1분 만에 마라냥에게 실점하며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끌려가는 상황이 길어질 경우 뒤집기가 어려워지리라는 것은 황 감독도, 포항 선수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때 고무열이 동점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고무열이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던 황 감독의 말대로 된 것이다.
황 감독의 '말하는 대로'는 후반전에도 빛이 났다. 치열한 난타전 속에서 도망치고 따라잡히기를 반복하던 두 팀의 균형은 노병준과 박성호의 연속골로 3-2를 만든 포항 쪽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한 골로는 부족했다. 언제 동점골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 바로 그 때 황 감독의 용병술이 빛을 발했다. 노병준을 빼고 조찬호를 투입한 황 감독의 교체가 정확하게 들어맞으며, 후반 35분 승리에 쐐기를 박는 조찬호의 결승골로 돌아온 것.
고무열의 선제골로 시작해 조찬호의 쐐기골로 방점을 찍은 포항의 승리에 황 감독은 빗속에서 활짝 웃었다. 황 감독의 '말하는 대로'가 불러온 승리로 FA컵 결승행 티켓을 거머쥔 포항의 다음 경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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