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주말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 배우들의 명연기가 시청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지난 14일 방송된 '왕가네 식구들'에서는 큰딸 왕수박(오현경 분)을 위해 둘째 딸 왕호박(이태란 분)이 모은 돈을 갈취하려는 엄마 이앙금(김해숙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앙금은 늘 큰딸만 예뻐하던 인물로 큰사위 고민중(조성하 분)의 사업이 망해 수박이 시골에 내려갈 처지가 되자 구박 덩어리 호박을 이용하려 했다.
호박은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며 자라온 인물로 앙금이 처음 보여준 억지미소에 적금을 해약해 돈을 주려고 했지만, 돈을 모으기 위해 헌 옷 수거함에서 주워 입힌 옷에 상처받은 아이의 눈물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앙금은 돈을 빌려줄 수 없다는 호박의 말에 따뜻하게 잡고 있던 손을 뿌리치며 표정이 돌변 "꼴도 보기 싫다"고 막말해 호박을 눈물짓게 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 엄마'로 불리는 김해숙의 독기만 남은 엄마 연기는 이앙금 그 자체로, 시청자의 공분을 자아냈다. 영영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시집살이와, 아들을 낳기 위해 넉넉지 않은 형편에서도 딸 넷을 낳은 앙금을 연기하는 김해숙은 독기와 원망이 가득한 눈으로 호박을 노려보며 그를 구박, 시청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이는 안쓰러운 둘째 딸을 연기하는 이태란도 마찬가지. 온종일 억척스럽게 일하고 어두운 밤이 돼서야 낡은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터덜터덜 걸어오는 모습이나 집에 돌아와서도 앉을 새도 없이 아이들과 남편이 어질러 놓은 집 안을 청소하는 그의 가녀린 어깨는 어떠한 대사의 도움 없이도 그를 최고치로 애잔하게 보이게 하며 흡인력을 높인다.
자식을 편애하는 김해숙과 그 편애에 눈물짓는 둘째 이태란의 호흡은 연기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워 매회 시청자의 원성을 높인다. 방송이 끝나면 "울분이 터져 못 볼 지경"이라는 반응이 쏟아질 정도. 앙금이 수박과 호박을 편애하게 된 계기가 밝혀지지 않은 지금, 이 같은 앙금의 행동에 대한 이유가 등장하며 시청자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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