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경기에서 무안타에 그쳤으나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래도 타구 질이 좋은 것들은 있었으니까”.
팀 방향과 반대되는 본헤드플레이가 아닌 이상 타격은 비난이 어려운 부분이다. 팬들은 ‘왜 못 치냐’라는 비난도 하지만 3할 타자를 잘 치는 선수로 판단하는 야구임을 감안하면 사실 ‘못 쳐도 본전’이다. 그래서 많은 이는 야구를 투수 놀음이라고 이야기한다. 안타를 못 쳐도 자신있게 휘두른다는 긍정적 마인드가 ‘타격 기계’ 김현수(25, 두산 베어스)의 재가동을 이끌었다.
김현수는 지난 14일 사직 롯데전서 3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5회초 경기 분위기를 확 이끌어오는 우월 쐐기 투런 등 5타수 2안타 1홈런 3타점으로 활약했다. 5회말 황재균의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낙구 실패하기는 했지만 원래 예전부터 사직구장 외야 중앙측은 라인드라이브 타구 포착이 가장 어렵다고 소문난 곳이다. 이날 김현수의 활약상은 분명 뛰어났다.

올 시즌 김현수는 112경기 3할1푼1리 16홈런 85타점을 기록하며 지난해(2할9푼1리 7홈런 65타점) 끊어졌던 3할 타율 행진을 다시 잇고자 한다. 시즌 초반부터 발목 부상을 당해 이를 안고 뛰는 입장이지만 몸을 사리지 않고 자기 타격을 하고 있다. 2008년 타격왕좌(3할5푼7리)에 오른 이래 김현수는 두산 타선에서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확고부동하게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최연소 타격왕 타이틀과 함께 다가온 주위의 기대치는 사실 김현수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발군의 컨택 능력을 갖췄고 나이가 젊은 만큼 충분히 장타자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주위의 기대와 예상. 2009년 3할5푼7리 23홈런 104타점의 기록은 그 기대감을 더욱 높여줬고 2010년 3할1푼7리 24홈런 89타점을 기록하고도 ‘좀 더 잘 쳤어야 하지 않는가‘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야구 욕심이 컸던 김현수는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계속 연습에 매진했으나 이후 그의 성적은 오히려 더욱 떨어졌다. 다치지 않던 그에게도 부상이 자주 찾아왔다. 성적 하락과 함께 어느 순간 김현수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 톤도 낮아졌다. 기대감의 색안경을 벗고 보면 김현수는 그동안에도 충분히 좋은 활약상과 성적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 본인이 긍정적으로 야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김현수는 크게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밝게 웃으며 경기를 준비한다. 지난 13일 문학 SK전을 앞두고는 12일 역전 결승 스리런 주인공인 김동한을 바라보며 “그 상황에서 나였으면 절대 못 쳤을 것이다”라며 웃었다. 당시 대타로 나선 김동한의 타석이 자신의 붙박이 자리인 3번 타석임을 들어 이야기한 것이다. 한때 김현수는 슬럼프와 부상에 힘들어하며 더욱 함구했으나 이제는 편한 마음가짐으로 경기를 준비한다. 그리고 그의 성적은 다시 상승 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한 시즌 15홈런 이상을 때려낸 것은 지난 2010년 이후 3년 만이다.
경기 후 김현수는 “김사율 선배의 높은 직구를 때려냈다. 첫 타석에서 스윙 타이밍 늦는 듯 해서 타석에서 초구부터 자신있게 휘두르자고 다짐했다. 볼카운트가 몰려 욕심내지 말고 치다는 생각으로 휘둘렀는데 좋은 타구가 나왔다”라고 기뻐했다. 홈런과 적시타로 김현수는 세 경기 째 만에 다시 안타 행진을 개시했다.
“지난 두 경기 무안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안타는 없었지만 좋은 타구들도 있었으니까. 항상 황병일 수석코치, 송재박, 장원진 타격코치께서 자신있게 스윙하라고 조언하시는데 그 부분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이래 김현수는 국가대표팀 붙박이 외야수이자 중심타자 중 한 명으로 차출되고 있다. 그리고 지난 5년 간 세 번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리그가 자랑하는 좌타자 중 한 명으로 자리를 굳혔다. 잠깐 못 치고 찬스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풀 죽었던 김현수는 이제 없다. 대신 중심타자답게 자신있는 스윙으로 투수를 위협하는. 마음가짐 자체부터 확실하게 성숙해진 김현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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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