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쳤던 경기들이 다 원정 경기라 부모님께서 TV로 보셨어요. 부모님께서 홈 경기에 오셨을 때도 잘 쳐야 할 텐데”.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준 유망주다. 지난 12일 문학 SK전서 데뷔 3년 만의 1군 첫 홈런을 극적인 역전 결승포로 장식했던 두산 베어스의 새로운 ‘신데렐라’ 김동한(25)은 차분한 가운데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것들을 차근차근 이야기했다.
김동한은 지난 12일 문학 SK전서 5-7로 뒤진 9회초 2사 1,2루서 상대 마무리 박희수의 4구 째 투심(132km)이 몰리자 주저 없이 당겨 9-7 거짓말 같은 역전승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지난 3~4일 김재호의 장염 결장을 틈 타 대전 한화 2연전서 6타수 4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는 것이 단순한 운이 아니었음을 보여준 노림수 타격이 의외의 홈런으로 이어졌다.

2011년 데뷔했으나 확실한 기회를 잡지 못했던 김동한은 최근 들어 알토란 같은 활약상으로 두산 화수분 야구의 새로운 상품이 되고 있다. 첫해 재치 넘치는 2루 수비와 작전 수행 능력으로 이미 퓨처스리그에서 눈여겨 볼 선수 중 한 명으로 지목되었으나 확대엔트리로 1군을 밟은 뒤 단 한 경기도 출장하지 못하고 2군으로 다시 내려갔다. 지난 시즌에는 10경기 8타수 3안타 2도루로 적은 표본 가운데 좋은 성적을 올렸으나 2군이 익숙했다. 가끔씩 그의 퓨처스리그 경기를 보면 재빠른 백핸드 수비, 기본기가 갖춰진 백업 플레이 등이 눈부셨을 정도다.
그러나 올 시즌 김동한의 타격 성적은 16경기 4할2푼9리(14타수 6안타) 1홈런 4타점 5도루로 표본은 적지만 굉장히 뛰어나다. 특히 5번의 도루 시도를 모두 성공시킨 발군의 능력자. 워낙 두산 내야수들이 좋아 꾸준한 출장 기회는 얻지 못하고 있으나 일단 나오면 결과가 좋다.
“확실히 2군 경기에 비해 더욱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긴장감도 적당할 정도로 갖게 되고. 대신 그만큼 간절했던 기회였으니 반드시 살아 나가고자 합니다. 아웃 당해서 쓸쓸하게 덕아웃으로 돌아오기보다 어떻게든 출루하고 득점해서 홈을 밟고 덕아웃으로 돌아오는 것이 좋으니까요”.
활약도 좋은 데다 여성팬들의 보호 본능을 자극할 만한 깔끔한 외모를 갖춘 김동한이다. 13일 문학 SK전을 앞두고도 김동한은 3루측 원정 덕아웃으로 오면서 양 손에 팬들로부터 받은 많은 선물을 들고 어쩔 줄 몰라 했다. 홈 경기 때는 김동한의 활약을 축하하는 팬으로부터 화환까지 왔을 정도다. 또다른 잠실 야구 아이돌 탄생 가능성이 솔솔 풍긴다.
“홈런 치고 다음날 선물을 많이 받아서 놀랐어요. 축하문자도 100통 정도 오고 전화 통화도 30통 정도? 그동안 연락이 뜸했던 분들로부터도 연락이 많이 왔어요. 박희수 선배께서 제 대학 5년 선배인 걸 알고 있었는데 타석 당시에는 그 상황에만 집중했던 것 같아요. 경기 끝나고 나서 친구로부터 ‘선배 공을 홈런으로 치면 어떻게 하냐’라는 문자도 받았습니다”.
아쉬움이 있다면 김동한의 맹활약이 모두 원정경기에서 나왔다는 점. 지난 7월16일 잠실 NC전서 2루에 있다가 이원석의 1루 땅볼 때 3루를 거쳐 홈까지 밟는 최고의 발야구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으나 그 때는 타석에 서지 못하고 대주자 출장에 만족해야 했다. 선수 본인도 “부모님께서 TV로 홈런을 지켜보셨고 축하도 많이 해주셨다”라고 웃었다.
“무엇보다 부모님께서 축하해주시고 칭찬해주신 것이 가장 기뻤지요. 잠실 경기 때는 제가 1군에 있으면 자주 오시거든요. 그런데 정작 타격으로 잘한 경기들은 원정경기더라고요. 이제는 잠실 홈 경기 때, 부모님이 관중석에 계실 때도 잘 치고 싶어요”. 출장 기회의 소중함을 굉장히 잘 알고 있는 김동한은 홈 경기에서도 최고의 아들이 되고 싶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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