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드라마 ‘맏이’가 자극적인 전개가 없어도 따뜻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안방극장에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며 첫 방송을 마쳤다. 기상천외하고 황당무계한 전개로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한 몇몇 드라마들과는 확실히 다른 ‘명품’ 가족드라마의 탄생을 알렸다.
지난 14일 첫 방송된 JTBC 주말드라마 ‘맏이’는 오남매의 고달프지만 밝은 어린 시절과 주변 인물들의 정감 넘치는 삶을 들여다본 이야기로 포문을 열었다.
이 드라마는 1960년대 불의의 사고로 한 순간에 부모를 잃은 오남매의 맏이 김영선(유해정, 윤정희 분)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동생들을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로 키우는 이야기를 그린 가족드라마다.

‘맏이’는 MBC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함께했던 이관희 감독과 김정수 작가가 약 20여년 만에 재회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모았다. ‘전원일기’ 제작진의 만남은 예상대로 작품 곳곳에 포근한 인간미가 묻어났고 흡인력이 남달랐다.
김정수 작가는 ‘전원일기’, ‘엄마의 바다’, ‘자반 고등어’, ‘그대 그리고 나’, ‘한강수타령’, ‘행복합니다’, ‘내일이 오면’ 등을 통해 소시민의 삶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공통점을 보였다. 가족드라마를 만드는데 장인의 경지에 오른 김 작가의 필력은 여전했다.
김 작가의 인간과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드라마를 지배했다. 이 드라마는 부모의 사랑 아래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오남매와 첩살이를 하는 오남매의 고모 김은순(진희경 분)의 녹록치 않은 삶이 순차적으로 담겼다. 또한 남편 이상남(김병세 분)의 바람기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이실(장미희 분)과 그를 사랑하는 공창래(이종원 분)의 애틋한 관계도 그려지며 흥미를 유발했다.
첫 방송부터 전개는 빨랐다. 인물 소개를 끝낸 이 드라마는 갈등을 휘몰아쳤다. 부족했지만 따뜻한 사랑이 있어 행복했던 오남매의 가족에게 불행은 닥쳤기 때문. 바로 이들이 부모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날 방송은 오남매의 부모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며 향후 고달픈 삶을 살아가야 하는 영선과 오남매의 안타까운 상황을 예감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주말드라마의 공통적인 특색인 자극적인 전개는 없었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펼쳐진 소시민들의 삶은 중장년 시청자들의 추억을 자극하고, 젊은 시청자들에게는 따스한 즐거움을 안겼다. 김 작가의 묵직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이야기 전개와 어디에든 있을 법한 공감 가득한 인물들은 막장 드라마가 판치는 안방극장을 치유했다.
‘맏이’는 중견배우들과 아역배우들의 호흡도 좋았다. 향후 영선의 조력자가 될 이실 역의 장미희, 본처 이실이 죽길 내심 기대하는 첩 김은숙 역의 진희경, 식모 최사엽 역의 전원주 등이 뛰어난 연기력으로 극의 무게감을 형성했다. 오남매의 어머니를 연기한 문정희의 강인하면서도 따뜻한 면모도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영선 아역을 연기한 유해정의 긍정적이고 밝은 기운이 풍기는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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