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전에서 쟁탈 방식을 이해하지 못해 아둔한 무리에 속했던 박명수가 확 변했다. 언젠가부터 추격전에서 두각을 드러내더니 이제는 다른 멤버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카이저 흑채’ 박명수가 쓴 반전 드라마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추격전인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2-100 빡빡이의 습격’의 예상하지 못한 재미를 선사했다.
박명수는 지난 14일 방송된 ‘무한도전’에서 그야말로 맹활약을 했다. 추격전에서 멤버들을 쥐락펴락했던 ‘사기꾼’ 노홍철이 길에게 발목을 붙잡힌 사이 가짜 가방을 만들어 멤버들을 혼돈 속에 몰고갔다.
이날 방송은 일명 ‘100 빡빡이’로 불리는 민머리 사내들에게 받은 돈가방 2개를 뺏는 추격전. 정형돈과 노홍철이 돈가방 2개를 획득한지 아무도 모르는 가운데 본격적인 추격전이 시작됐다. 추격전에서 지략이나 체력적으로 약세였던 박명수의 반전은 가짜 가방을 만들면서 펼쳐졌다. 박명수는 추격전에서 늘 게임 방식을 이해하지 못해 하위권이었다. 하지만 지난 해 12월 '공동경비구역' 특집을 시작으로 지난 2월 숫자 야구, 지난 6월 '마이너리포트' 특집까지 오랜 방송으로 쌓은 연륜을 내세워 멤버들을 갖고 놀았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도 초반 게임 방식을 이해하지 못해 헤맸다. 하지만 일산 MBC 소도구실에서 제작진이 자신에게 준 007 가방과 똑같은 가방을 찾고 책을 우겨넣은 후부터 확 달라졌다. 바로 돈가방은 무겁다는 제작진의 공지를 이용한 것. 박명수의 무거운 가방은 다른 멤버들의 먹잇감이 됐다. 특히 자신이 돈가방을 가진 줄 모르는 정형돈은 멀쩡한 가방을 놔두고 일명 ‘짝퉁 돈가방’에 매달리며 흥미진진한 구도가 완성됐다.
그 누구도 박명수가 가짜 돈가방을 만들었다는 계략을 예상하지 못했다. 덕분에 박명수는 가짜 가방을 빼앗기고 통탄한 표정을 짓는 연기력을 뽐냈다. 박명수의 가짜 가방을 획득한 정준하와 하하는 다 이긴 것 마냥 좋아해 안방극장을 웃음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그동안 추격전에서 노홍철의 먹잇감이 되며 하위권에 머물렀던 정준하와 하하는 박명수에게 또 한번 당하며 추격전의 새로운 먹이사슬을 형성했다. 이날 추격전의 묘미는 단언컨대 박명수의 치밀한 연막작전이었다. 수년간의 추격전에서 멤버들의 뒤통수를 치며 사기꾼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노홍철의 활약을 뒤엎을 만큼 박명수의 계략은 흥미를 자극했다.
노홍철이 추격전에서 멤버들을 속이는 그림은 이미 많이 봤던 상황. 오히려 늘 당하기만 했던 길이 노홍철에게 고급 정보를 넘기지 않기 위해 정형돈과의 통화 중 배신하는 순간이 시청자들의 웃음보를 터뜨리게 했다.
사실 ‘무한도전’의 추격전은 8년 반이라는 방송 기간 동안 수없이 펼쳐졌던 탓에 더 이상 새로운 구도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매번 새롭게 내놓는 추격전에서 기가 막힌 캐릭터를 형성하고 예상하지 못한 대결 구도를 만들며 저력을 과시했다. 이날 ‘카이저 흑채’ 박명수의 가짜 가방 제조는 ‘무한도전’ 추격전이 왜 방송할 때마다 시청자들에게 긴장감과 재미를 선사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한편 오는 21일 방송되는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2-100 빡빡이의 습격’ 2탄은 가짜 가방 존재를 확인한 멤버들의 반격이 예상되며 결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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