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상’(감독 한재림)이 무서운 기세로 올 추석 명절 극장가를 제패할 영화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는 지난 14일 하루 동안 관객 78만 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을 동원하며 여타 영화들을 큰 폭으로 따돌리고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극장가는 지금 ‘관상’ 천하다.
‘관상’은 첫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영화는 지난 11일 개봉 당일 37만 관객을 극장으로 모으며 화려하게 출발했다. 개봉 전 예매율이 77%까지 치솟아 흥행이 어느 정도 예감됐지만, 베일을 벗은 날이 수요일 평일인 것을 감안했을 때 이 같은 오프닝 스코어는 놀랍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후 영화는 32만, 42만 명을 모으더니 14일 주말 극장가에 78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관객을 끌어 모으는 데 성공하며 개봉 4일 만에 200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 같은 흥행이 가능한 이유로는 ‘관상’이 지닌 흥미로운 이야기가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영화는 1453년의 조선을 배경으로 수양대군이 어린 조카 단종을 폐위시키고 왕위에 오른 계유정난에 천재 관상가가 활약했다는 기둥 줄거리를 갖는다. 미신으로 치부되지만 귀를 솔깃하게 하는 사주관상학이 영화의 중심 소재로 사용된 것은 ‘관상’이 최초로, 얼굴을 보고 앞날을 예견한다는 흥미로운 소재가 역사적 사건을 만나 관객의 구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화에는 이 같은 소재에 따라 역모상을 지닌 수양대군과 충신 호랑이 상을 지닌 김종서 장군 등 캐릭터의 관상으로 이들의 롤을 설명하는가 하면, 조선 시대 인재를 등용할 때 관상을 참고한 사례 등을 등장시켜 흥미로운 전개를 이어간다.
‘관상’의 폭발적 흥행을 가능케 한 또 다른 이유로는 멀티캐스팅을 꼽을 수 있다. 영화에는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사랑 받으며 한 작품에서 주연을 맡는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연기 앙상블을 펼친다. 충무로 대표 배우 송강호를 비롯해 김혜수, 이정재, 백윤식, 조정석, 이종석 등 묵직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부터 라이징 스타까지 한 데 모인 게 ‘관상’이다.
이 같은 멀티캐스팅은 ‘관상’에 대한 관심도를 높인 주요 원인으로, 이는 개봉 전 예매율이 77%까지 치솟은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예매율은 영화가 입소문이 타기 전 출연 배우나 감독의 명성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부분으로 멀티캐스팅 영화 ‘관상’에 쏠리는 관객의 기대치를 읽게 한다. 특히 이들 믿고 보는 배우들이 선택한 작품에 대한 관객의 신뢰도까지 읽을 수 있는 대목으로, 이는 하루 동안 78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는 결과를 낳았다.
멀티캐스팅 영화지만 ‘관상’은 그러나 캐릭터 플레이 보다는 묵직한 역사적 사건을 따라가는 이야기 읽는 맛이 좋은 작품이다. 배우들은 분량에 상관없이 이야기 전개에 따라 자연스레 캐릭터를 드러내며 연기 앙상블을 펼쳤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흥행 열기가 고조된 극장가 분위기 또한 ‘관상’의 폭발적 흥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오는 18일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가운데, 극장가는 이번 주말부터 추석을 접수할 주인공이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린 상황. 설경구와 문소리가 주연을 맡은 코믹물 ‘스파이’와 멀티캐스팅 ‘관상’이 주요 리스트로 손꼽히고 있는 가운데, 애니메이션 ‘몬스터 대학교’와 ‘슈퍼배드2’, 판타지 영화 ‘퍼시잭슨과 괴물의 바다’, ‘섀도우 헌터스:뼈의 도시’가 이번주 나란히 개봉하며 추석 대목전에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 영화에 대한 관객의 사랑이 남다른 국내 분위기에서 ‘관상’은 그 중 볼만한 대작영화로 꼽히며 추석 극장가로 관객을 빨이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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