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여성 시청자들을 위한 코너가 아닌가 싶다. 훤칠한 키와 훈훈한 외모의 ‘꽃미남’들이 여자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을 만한 배려(?)와 매너를 선보인다. 남자친구 뿐 아니라 남자친구의 친구들, 식당 종업원까지 모든 남자들의 관심을 독차지 하는 여자(안소미 분)는 지켜보는 다른 여자들의 부러움 혹은 시기와 질투를 한 몸에 받을 만하다. 이제 3주 째 방송된 KBS 2TV ‘개그콘서트’(‘개콘’)의 새 코너 ‘놈놈놈’은 아직 방송 초반임에도 지난 1일 방송 2주 만에 ‘개콘’ 내 코너별 시청률 3위(22.9%)를 기록할 정도로 순항 중이다.
“사실 코너별 시청률은 어느 자리에 들어가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코너인데 바로 돌리시지 않고 많은 분들이 봐주신 것에 대해 정말 감사드립니다. 1위를 찍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웃음) 그런데 저는 그런 걱정이 돼요. 여자들을 위한 코너로 보시는 분들이 많던데 남자 분들끼리 있으면 혹시라도 채널을 돌리실까봐서요. 아, 안소미 선배 때문에 그렇게는 안 되겠네요”(김기리)
“저희는 신인인데 정말 운이 좋아서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 2박 3일 동안 준비를 했었는데, 많이 미숙함에도 불구하고 좋은 선배님들이 많은 것을 알려주셔서 영광이었어요”(복현규)

◆ ‘꽃미남’ 개그맨들 안방을 사로잡다!
‘놈놈놈’은 지난해 선발된 신인 개그맨 27기 유인석, 송필근, 복현규를 필두로 ‘개콘’의 대표 훈남 김기리(25기), 류근지(24기) 그리고 홍일점 안소미(24기)가 합류해 완성한 코너다. 친구 커플(송필근-안소미)의 데이트에 따라온 잘생긴 세 명의 친구(김기리, 유인석, 복현규)가 선보이는 과장된 매너, 그로 인해 흔들리는 커플의 모습이 웃음을 포인트. 무대 위에서 느껴지는 반응을 묻자, “확실히 남자와 여자가 다른 반응이긴 하더라”며 입을 모았다.
“여자 분들은 처음에 ‘시작하겠습니다’ 하고 세 명이 다 저한테 와서 ‘안녕하세요’ 인사를 할 때부터 소리를 지르면서 좋아해 주세요. 그런데 남자 분들은 멍하게 있다가 웃긴 포인트가 나올 때만 웃으시는 느낌?”(안소미)
“이 얘기를 해도 되나?(웃음) 제가 요즘 운동을 하러 다니는데 샤워 라커룸에서 ‘놈놈놈’ 첫 녹화 당일 오셨던 한 남자 분을 만났어요. 제가 ‘새 코너 했는데 보셨냐’고 물으니 ‘아 네 남자 셋에 여자 하나 나오는 거요? 정말 재미없게 봤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믿을 수가 없어서 나중에 또 물어봤더니 ‘네, 형이랑 저랑 갔는데 둘 다 하나도 안 웃었어요’라고 하시는 거예요. 다른 데 물어보면 남자 분들도 재미있게 보셨다고 하시던데. 이분은 좀 극단적이셨던 것 같아요. 그 뒤로 마음을 크게 먹었어요. 아, 여자 분들을 좀 더 노려야겠구나(웃음).”
◆ ‘멘토-멘티제’에서 탄생한 ‘놈놈놈’
사실 ‘놈놈놈’은 ‘개콘’의 ‘멘토-멘티제’를 통해 탄생한 프로그램이다. 신인 세 명이 아이디어를 내고, 거기에 도움을 줄 선배 개그맨들을 섭외해 함께 기획을 해 제작진으로부터 최종 확인을 받아 무대에 올리는 과정을 거쳤다.
“처음부터 여성 시청자를 노리려고 만든 건 아니었어요. ‘개콘’에서는 ‘멘토-멘티’제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거기서 이렇게 셋이(유인석-복현규-송필근) 한 팀이 됐어요. 저 혼자 이렇게 생겼고 둘 다 키가 크고 잘 빠졌으니까 선배님들도 그런 급(?)으로 섭외를 해서 그림이 비교가 확 되게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었죠. 그림부터 나오고 짠 게 이 코너였어요”(송필근)
“처음에는 잠깐 들어가는 역할이라고 도와 달라고 해서 ‘시청률의 제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안 한다고 장난스럽게 거절했는데(웃음) 결국엔 이렇게 하게 됐어요”(류근지)
“(류근지 선배는) 처음 검사를 받을 당시에는 그냥 뭐만 주고 살짝 멋있는 척만 하고 가는 거였는데 이제는 큰 웃음 포인트로 활약하고 계시죠. 또 사실 요즘 웃음은 인석이가 터뜨리고 인기는 현규 형이 얻어서 인석이가 뿔이 많이 났어요. 실시간으로 매일 현규 형만 올라서요”(김기리)
“제가 솔직히 1년을 쉬었어요. 갑자기 후배 오빠들이 같이 하자고 한 말이 저는 코너가 통과가 되건 안 되건 상관없이 너무 고마웠어요. 코너 자체도 너무 괜찮고요. 만약에 잘 되면 오빠들에게 뭐라도 하나씩 사줘야 할 것 같아요”(안소미)

◆ “여자의 마음을 배우고 있습니다”
장난스러운 말들이 주고받으며 서로를 치켜세우는 ‘놈놈놈’ 팀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특히 선배인 류근지-김기리-안소미는 후배들인 유인석-송필근-복현규의 특징을 설명하며 후배 알리기에 바빴다. 선배들의 증언(?)에 의하면 조용해 보이는 복현규는 4차원 캐릭터에다 ‘불도저’처럼 자신만의 개그 세계를 밀고 나가는 성격이다. 유인석은 ‘아메리칸 사이코’ 못지 않은 정리벽을 가진 의외로 깔끔한 남자, 송필근은 공채에서 1등으로 뽑힐만큼 뛰어난 아이디어와 개그감으로 무장한 유망주다.
“사실 저는 ‘뿜엔터테인먼트’에도 나옵니다. 신보라 씨 뒤에서 여자처럼 꾸미고 있는 역할이에요. 댓글을 보면 진짜 제가 여자인 줄 아시더라고요. ‘뿜엔터테인먼트’는 신보라 선배님과 함께 공유하며 배워가서 좋고, ‘놈놈놈’은 제 캐릭터가 명확하게 있는 데다 코너의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웃기는 역할을 맡은 첫 작품이라 좀 더 의미가 있어요”(유인석)
“여성 분들이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여자의 마음을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여자들이 뭘 좋아하는지, 어떻게 했을 때 남자들에게 호감을 느끼는지에 대해 정말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복현규)
"여자분들에게 많이 물어 보고 있어요. 그런 연구를 하면서 하니까 여성분들이 공감을 하면서 더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요. 남자 분들도 ‘왜 저래’하는 이런 시선 보다 ‘여자들이 이런 걸 원하는구나’하고 봐주시면 공부도 되고 재미도 있는 코너가 될 것 같습니다.”(김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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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