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역전’ 박재현, 두경민 제치고 프로 3순위 지명될까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3.09.16 07: 28

‘고려대의 캡틴’ 박재현(22, 고려대)의 주가가 연일 상승하고 있다.
고려대는 15일 수원대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 KB국민은행 대학농구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경희대를 74-71로 이겼다. 이로써 고려대는 2승 1패로 첫 대학리그 정상에 섰다. 고려대는 지난해 12월 농구대잔치를 시작으로 올해 3월 MBC배 대학농구, 8월 프로아마 최강전 등 주요대회에서 모두 정상을 차지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전반전 한 때 고려대는 19점차까지 뒤지며 패색이 짙었다. 김민구에게 전반에만 22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고려대는 노련한 4학년 박재현을 중심으로 뭉친 결과 대역전승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승부처였던 4쿼터 지역방어를 축으로 경희대를 단 8점으로 묶은 것이 컸다.

올해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 3순위 후보는 두경민(22, 경희대)이 독보적이었다. 폭발적인 득점력과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자랑하는 두경민은 양동근에 비견되는 재목이다. 하지만 두경민은 후반전 내내 지속된 고려대의 지역방어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포인트가드로서 필수적인 임기응변과 전술소화능력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침착하게 상대 허점을 이용하지 못하고 조급함이 앞서 3점슛(2/9)을 많이 시도했다. 18점을 올린 두경민은 4쿼터 무득점으로 침묵했다.
반면 박재현은 17점 중 4쿼터 고비에 6점을 뽑아내며 순도에서 앞섰다. 주전 중 유일한 4학년생으로 동생들을 데리고 4학년 4명이 버틴 경희대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박재현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고려대의 역전승은 불가능했다. 박재현은 2차전 입은 발뒤꿈치 부상을 무릎 쓰고 끝까지 팀을 이끌었다. MVP로 선정된 이종현은 “우리가 저학년들이 많아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재현이형이 잘 이끌어줘서 끝까지 잘 집중해서 따라갔다”며 박재현에게 공을 돌렸다.
 
이번 우승은 박재현에게 각별하다. 그가 입학했을 때 고려대는 전임 임정명 감독과 학부모들의 충돌로 암흑기였다. 내우외환이 겹친 고려대는 옛 명성을 잃고 중앙대, 연세대, 경희대 등 라이벌들에게 일방적으로 밀렸다. 하지만 이승현, 문성곤, 이동엽, 이종현 등 차례로 좋은 후배들이 입학하면서 박재현은 드디어 4학년시절에 빛을 보게 됐다.
사실 신인드래프트는 순위보다 자신과 잘 맞는 팀을 만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프로팀 입장에서도 취약포지션과 스타일을 고려해 두경민과 박재현 중 선택을 할 것이다. 다만 박재현이 3순위가 된다면 경희대 ‘빅3’의 아성을 깼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또 3순위 지명까지는 신인 최고연봉 1억 원이 보장되는 만큼 4순위와 분명 격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박재현은 2차전 승리 후 경희대 빅3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것에 대해 “옛날에는 경희대 선수들을 많이 의식했고 이기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경희대를 깨겠다기보다 뭔가를 이뤄놓고 웃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경희대 4학년들은 워낙 잘하니까 스포트라이트 받는 것이고 이해가 간다. 그래도 이기고 싶다”고 당차게 말한바 있다.
아직 박재현은 웃을 수 없다. 고려대 선수로서 가장 중요한 연세대와의 정기전이 남아있기 때문. 프로에 가기 전 고려대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경기다. 박재현은 끝까지 승자로 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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