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밖의 선발 운용이었다.
넥센은 지난 14일부터 문학구장에서 SK와 운명의 2연전을 치렀다. 끈질기게 따라붙던 SK를 떼어낼 수 있는 절호의 찬스.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인데다 그 전에 이틀 동안 행운의 휴식기를 가진 넥센은 선발투수도 선택할 수 있었다.
2연전을 앞두고 SK에 올 시즌 총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부진했던 외국인 듀오는 선발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염경엽 넥센 감독은 그 예상을 깨고 14일 앤디 밴 헤켄, 15일 브랜든 나이트를 선발로 내세우는 '도박'을 감행했다. 그리고 받아든 2승. 두 투수는 팀을 '가을 야구' 9부 능선까지 끌어다 놓았다.

14일 첫 경기를 앞두고 염 감독은 "두 투수가 지금까지 SK에 약했으니 이제 이길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올 시즌 힘들 때에도 자신의 로테이션을 꼬박꼬박 지켜주며 팀의 선발진에 남아준 외국인 듀오에 대한 믿음이 컸다. 시즌 초 나란히 부진할 때도 "구위는 문제 없다. 너무 잘하려고 해서 탈이다.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못박아준 감독이었다.
염 감독의 믿음에 두 외국인 투수의 책임감이 더해졌다. 나이트와 밴 헤켄은 최근 "요즘 팀이 순위권 싸움을 위해 중요한 경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집중하려 한다"고 입을 모았다. 누구보다 팀을 위하는 마음이 큰 두 투수는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게 던졌고 타선의 도움까지 받으며 낮았던 승리 가능성을 반대로 바꿔놓았다.
어느 팀보다 외국인 투수들이 잘 융화된 넥센의 모습은 이번 2연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타선은 그 동안 넥센을 상대로 패가 없었던 상대 외국인 원투펀치를 상대로 초반부터 집중력을 보여주며 투수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특히 외국인들의 한국 생활 적응에 도움을 줬던 박병호는 두 경기 연속 존재감 있는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2연전 승리로 넥센은 5위 SK와의 승차를 6경기로 벌렸다. 이제는 3위 두산이 반 경기 차 가시권이다. 올 시즌 내내 넥센을 괴롭혔던 SK와의 상대전적도 6승1무8패로 얼추 비슷해졌다. 어느 때보다 긴장되고 절실한 승리를 챙기면서 한 뼘 더 성장한 넥센이다. 그 안에는 외국인 투수도 믿고 챙기는 팀 분위기가 한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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