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우투수 레다메스 리즈(30)는 올 시즌 리그 최고 투수 중 한 명이다. 29경기에 선발 등판, 185이닝을 소화하며 10승 11패 평균자책점 2.97로 LG 선발진에서 에이스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닝을 비롯해 탈삼진(166개) WHIP(이닝당 출루 허용율·1.15) 피안타율(2할8리) 피OPS(.599) 부문에서 리그 정상에 자리 중이다. 3년 동안 진화를 거듭, 이제는 어느 투수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골든글러브 후보가 됐다.
리즈의 활약과 더불어 LG 또한 일주일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리즈에게 지난 일주일은 한국에서 보낸 3년 중 가장 긴 시간이었다. 8일 잠실 삼성전 이후 거의 매일 리즈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물론 리즈 본인도 왜 자신의 이름이 꾸준히 언급되는지 잘 알고 있다. 최근 두 번의 선발 등판 경기를 모두 가져가며 10승 고지를 밟았지만, 선발승은 화제의 중심이 아니었다. 올 시즌 리즈가 기록한 20개에 달하는 몸에 맞는 볼, 특히 8일 삼성 배영섭의 머리를 강타한 강속구의 여파가 일주일 동안 이어지고 있다. 리즈는 15일 잠실 NC전에 앞서 올 시즌 자신의 활약과 LG의 달라진 점, 그리고 몸에 맞는 볼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먼저 리즈는 이번 시즌 자신의 활약 요인이 동료들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년과는 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며 팀 동료들의 모습에 큰 자극을 받는다고 했다. 동료들이 흘리는 땀 한 방울이 자신에게 커다란 책임감과 많은 훈련을 가져다준다고 밝혔다.

“올 시즌만큼 열심히 연습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내가 하려고 하는 것보다 팀 동료들에 의해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일단 지난 2년과는 팀 전체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선발진만 봐도 우규민 신정락 류제국 모두들 굉장히 열심히 한다.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한 번 더 뛰게 되고 웨이트트레이닝도 한 번 더 하게 된다. 다른 포지션도 마찬가지다. 정말 올해는 팀 전체가 하나가 된 느낌이다. ‘이렇게 팀이 발전하는 구나’고 느끼고 있다. 물론 팀 동료들을 경쟁자로 여기지는 않는다. 내 경쟁 상대는 우리 팀과 맞붙는 8개 팀이다. 이들과의 대결서 승리하기 위해 좋은 리듬과 패턴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어 리즈는 올 시즌 자신의 성적에 대한 일장일단을 말했다. 평균자책점은 목표에 다가갔지만, 리그 최다를 기록 중인 볼넷(77개)과 몸에 맞는 볼은 실망스럽다고 한 숨을 쉬었다. 지난 두 시즌보다 나은 제구력을 갖췄음에도 마운드 운용 능력, 메커니즘의 문제가 자신을 가로 막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는 평균자책점 3.20 이하를 찍는 것이었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고 평균자책점은 얼마나 오르고 내려갈지 예상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방심하면 안 된다. 그래도 일단 2.97을 찍고 있다. 이대로라면 평균자책점은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성적에 비해 선발승이 많지 않아 불운하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이 또한 괜찮다. 내가 팀의 리드를 지키지 못한 경우도 꽤 있었다. 승수에 불만족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볼넷과 몸에 맞는 볼은 정말 내 자신에게 실망스럽다. 맞춘 타자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보통 제구가 안 될 때는 체력이 떨어지고 메커니즘이 무너질 때였다. 반드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고 답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리즈는 자연스럽게 8일 6회초 배영섭과 상대한 순간을 털어놓았다. 덧붙여 6회초를 마치고 덕아웃을 향하며 보였던 세리머니와 관련해 자신의 입장도 전했다.
“당시 무사 1루였고 이전 타석에서 배영섭을 볼넷으로 출루시켰었다. 배영섭을 시작으로 삼성의 상위타선이 기다리고 있었다. 2점차로 앞선 상황이라 여기서 막아야 승리도 있다고 생각했다. 몸쪽을 던지려했는데 그만 머리를 맞췄다. 몸에 맞는 볼이 나온 것이다. 배영섭에게 굉장히 미안했다. 그러나 다음에 상대할 타자들을 집중해야만 했다. 1위 자리가 걸린 빅게임이었다. 동료들의 집중력도 다른 경기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내가 우리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방법은 무사 1,2루 위기에서 실점하지 않는 것이었다. 세 타자 연속으로 삼진을 잡았고 나도 모르게 세리머니가 나왔다. 모든 이들에게 당시 상황에 대한 이해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자연적인 현상이었다. 마치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하루 종일 전전긍긍하다가 다시 찾았을 때의 기분이었다. 덕아웃에 앉고 진정을 찾은 후 세리머니가 나온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
당시 3루 관중석에는 리즈를 향한 야유가 가득했다. 그라운드 분위기 또한 보다 팽팽해졌다. 7회초 리즈는 박석민을 상대로 다시 사구를 기록했고 김기태 감독은 곧바로 리즈를 마운드에서 내렸다. 이후 LG는 끝까지 리드를 지켜 선두 자리를 하루 만에 탈환했고 리즈도 9승째를 달성했다.
그러나 리즈는 그날 밤을 편하게 보내지 못했다. LG 구단 관계자는 “배영섭의 사고로 인해 리즈가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 같더라”고 했다. 리즈는 14일 NC전 선발 등판을 준비하면서 메커니즘 점검을 병행했다. 지난 11일 차명석 투수코치는 리즈의 불펜투구를 지도한 후 “오른쪽 어깨가 벌어지면서 공이 바깥으로 센다. 투구시 어깨가 벌어지면 그만큼 머리와 멀어지고 공도 바깥으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며 “루상에 주자가 있어 슬라이드 스탭으로 던질 때나 투구수가 많아져 지쳤을 때 이런 모습이 나오곤 한다. 일단 리즈에게 밸런스를 잡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단순히 정해진 훈련시간에만 훈련하는 것이 아닌, 경기 후 집에서도 밸런스 잡는 훈련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8일 경기를 치른 후 연습량을 늘렸다. 로케이션을 잡는 것에 집중했다. 큰 사고가 났지만 그렇다고 로케이션 한 쪽으로만 공을 던질 수는 없는 일이다. 투수는 반드시 양 쪽 로케이션을 다 활용해야 한다. NC전에서 더 나은 제구를 하려고 집중을 많이 했다.”

리즈는 14일 NC를 상대로 7⅔이닝 무실점으로 호투, 팀의 1-0 영봉승을 이끌며 시즌 10승에 성공했다. 문제가 됐던 몸에 맞는 볼 또한 하나도 없었다. 리즈는 이날 자신의 투구에 대해 어느 때보다 집중했고 체력 분배에 신경 써 밸런스를 잃어버리지 않으려 했다고 밝혔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힘의 분배였다. 예전에는 1회부터 100% 전력을 다해 던졌다. 하지만 이날은 1회 마운드에 올랐을 때 70,80%의 힘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그러니 경기 중반 이후에도 체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보다 집중하려고 했다. 경기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 했다. 앞서 말했듯 제구가 안 되는 것은 체력이 떨어지고 메커니즘이 무너지면서 시작된다. 앞으로도 이렇게 체력을 분배하고 집중하면 마음먹은 대로 로케이션이 형성되지 않을까 싶다.”
리즈는 앞으로 몸에 맞는 볼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꾸준히 한국야구 문화를 적응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자신으로 인해 고생하고 있는 배영섭에게는 사과의 뜻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
“더 이상 몸에 맞는 볼로 인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만큼 최근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사실 미국에서는 몸에 맞는 볼이 나와도 투수가 타자에게 미안하다는 모션을 취하지 않는다. 마이너리그서 몸에 맞는 볼이 나와도 투수가 미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배운다. 한국에 온 첫 해 투수들이 타자들에게 모자를 벗어 미안해하는 모습에 상당히 놀랐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해한다. 문화의 차이다. 나는 지금 한국에서 뛰고 있으니까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따라야한다. 그리고 배영섭 선수에 대한 것은 문화 차이와는 별개의 일이다. 배영섭 선수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 빨리 복귀해 정상 컨디션으로 그라운드에 서기를 희망한다.”
마지막으로 리즈는 다가오는 포스트시즌 LG의 우승과 함께 멋진 추억을 만들기를 희망했다. 마이너리거 시절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LG 동료들과 함께 우승 세리머니의 순간을 맞이하기를 바랐다.
“지금까지 딱 한 번 플레이오프를 경험해봤다. 마이너리그에서 뛸 때였는데 당시 우리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되자 락커룸에서 샴페인 터뜨리고 케이크 던지는 등 난리도 아니었다. 아쉬운 것은 플레이오프 결과였다. 일단 시리즈 첫 경기는 대승을 거뒀다. 당시 내가 선발투수였고 7이닝까지 던졌는데 15-2로 크게 이겼다. 팀 분위기는 더 올라갔고 우승도 쉬워보였다. 그런데 이후 2경기를 모두 져서 순식간에 시즌이 끝났다. 특별한 경험이었다.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플레이오프를 경험하지 않은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본다. 한국에서 경험할 포스트시즌은 더 기대된다. 그만큼 보다 열심히 준비하고 잘 해야 한다는 마음뿐이다. 우리 팀은 정말 이전과는 다른 팀이 됐다. 하나가 됐다는 느낌을 매번 받는다. 내 두 번째 포스트시즌서 마지막 순간 샴페인 터뜨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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