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구만 세 가지’ 커쇼의 진정한 공포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9.16 06: 20

보통 투수들은 “결정구 하나만 제대로 던져도 성공할 수 있다”라는 말을 듣는다. 그만큼 하나의 결정구를 연마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도 된다. 하지만 특별한 선수에게는 그 이상이 있는 법. 올 시즌 메이저리그(MLB) 최고 투수 클레이튼 커쇼(25, LA 다저스)가 그런 선수다.
커쇼는 15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31경기에 선발로 나서 14승9패 평균자책점 1.94를 기록하고 있다. 역대 두 번밖에 없었던 3년 연속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2위 호세 페르난데스(마이애미, 2.19)와 3위 맷 하비(뉴욕 메츠, 2.27)는 이미 각각 이닝제한과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한 상황이다. 커쇼가 남은 2경기 정도의 등판에서 난타 당하지 않는 이상 이 대기록을 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2005년 로저 클레멘스 이후 8년 만의 1점대 평균자책점도 노리고 있는 커쇼는 이미 개인 두 번째 사이영상을 잡았다는 평가다. 1할9푼7리의 피안타율, 그리고 0.93의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또한 훌륭하다. 자신의 경력에 또 한 번의 화려한 시즌을 새겨 넣을 기세다. 여기에 214개의 탈삼진도 메이저리그 전체 3위에 해당되는 성적이다. 4년 연속 200탈삼진 이상 기록은 이미 달성했다.

커쇼의 탈삼진을 분석해보면 왜 그가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인지를 알 수 있다. 커쇼는 올 시즌 세 가지 구종을 통해 고루 삼진을 잡아내고 있다. 커쇼는 15일 현재 슬라이더로 73개, 커브로 72개, 그리고 직구로 69개의 삼진을 잡았다. 세 가지 구종이 각각 60번 이상 주심의 삼진콜을 받은 선수는 올 시즌 리그에서 커쇼가 처음이었다. 직구로 하나만 더 잡으면 세 가지 구종이 모두 70번 이상 삼진을 유도하게 된다. 이 역시 커쇼가 유일이다.
빠르면서도 제구가 잘 된 직구를 보유한 커쇼는 슬라이더와 커브의 구사능력도 정상급이다. 특히 커브는 리그 최고의 구질로 손꼽히기도 한다. 이런 커쇼를 상대하는 타자들의 심정은 추신수(31, 신시내티 레즈)의 말에서 잘 읽을 수 있다. 추신수는 “커쇼는 워낙 직구가 빠른 선수다. 변화구를 기다리다가는 직구에 당한다. 변화구를 노리기 어렵다”라고 높은 평가를 내렸다.
직구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하나의 변화구에 더 대처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두 개의 변화구가 언제든지 예리하게 스트라이크존을 찌를 수 있는 선수가 커쇼다. 여기에 슬라이더와 커브는 변화구 중 각과 속도 측면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구종이다. 당연히 타자들은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커쇼는 이에 대해 겸손하게 말했다. 이 기록에 대해 이야기하자 커쇼는 “그런 기록까지는 몰랐다”라고 되물은 뒤 “많은 탈삼진이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탈삼진을 의식하고 경기에 임하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구질을 더 완벽하게 던지려고 노력할 뿐”이라고 살짝 웃었다. 역대 최고 시즌을 보내고 있는 선수치고는 너무 겸손한 커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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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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