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56홈런 기록, 한국에서는 과연 깨질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9.16 06: 18

'국민타자' 삼성 이승엽(37)의 아시아 단일 시즌 최다 56홈런 기록이 깨졌다. 일본프로야구 외국인 타자 블라디미르 발렌틴(30)이 56호에 이어 57호 홈런을 터뜨리며 일본 기록을 넘어 아시아 신기록까지 수립한 것이다. 
일본이 발렌틴에게 열광하는 것처럼 10년 전 한국은 이승엽의 홈런 행진에 모든 이목이 집중돼 있었다. 그해 이승엽은 시즌 마지막 133번째 경기에서 56호 홈런을 폭발, 일본 기록을 넘어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웠다. 이승엽의 러닝 메이트였던 현대 심정수도 53홈런을 터뜨리며 주목받았다. 
이승엽의 56홈런은 지난 9년간 깨질수 없는 영역인 것처럼 보였다. 한국`뿐만 일본에서도 50홈런 타자가 나오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2010년 요미우리 자이언츠 외국인 타자 알렉스 라미레스의 49개가 최다였고, 순수 일본인으로는 세이부 라이온스 나카무라 다케야 2009·2011년 때린 48개가 최다 기록이었다. 

일본도 날지 않는 공인구의 영향으로 장타가 줄었고, 토종 거포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보다 더 심각했다. 2010년 롯데 이대호가 44홈런을 때린 게 이승엽 이후 최다 기록으로 이대호를 제외하면 어느 누구도 40홈런 이상 치지 못했다. 이승엽처럼 전형적인 홈런타자가 없었던 것이다. 
올해도 마찬가지. 박병호(넥센)가 29홈런으로 이 부문 1위 달리고 있는데 산술적으로 시즌을 마치면 약 33개의 홈런이 가능하다. 지난해(30개)에 이어 2년 연속 30홈런을 칠 게 확실시되는 박병호는 지금 현재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거포이지만 아직 이승엽처럼 기록적인 홈런 행진을 벌이지는 못하고 있다. 
한국야구의 거포 부재 현상은 앞으로 점점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박병호-최정(SK)-나지완(KIA) 등 1985~1987년생으로 알루미늄 배트 세대 이후 홈런 타자가 안 보인다. 2004년 아마야구 나무 배트가 도입된 이후 거포다운 거포가 없다. 한 야구 관계자는 "아마야구나 2군을 보면 체격이 좋은 선수가 드물다. 타격도 공을 툭 갖다대기 일쑤다. 박병호 세대 이후 홈런타자가 없다"고 우려했다. 
현장의 모 코치도 "솔직히 아마추어 야구에서 기본기가 안 된 선수들이 너무 많다. 우투좌타가 많아지고, 승리만을 위한 잔야구를 하고 있으니 제대로 된 거포가 나오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코치는 "이제 나무 배트를 없애고 다시 알루미늄 배트를 써야 한다. 프로에 갓 들어온 선수 중에서 제대로 된 스윙을 돌리는 타자가 없다"고 말했다. 
홈런 타자의 부재는 프로야구의 인기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일본의 야구 인기가 떨어진 것도 마쓰이 히데키 이후로 홈런 타자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승엽과 이대호 이후로 대형 홈런 타자가 없다.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홈런 타자가 없다면 야구 인기와 흥행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기는 영원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외국인선수도 모조리 투수로만 채워지고 있다. 투고타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팬들은 기본적으로 시원시원한 홈런을 보고 싶어하지만 그 기회가 너무 제한돼 있다. 과연 이승엽의 56홈런 기록, 한국에서는 과연 깨질 수 있을까. 야구인들은 "이대로라면 절대 안 깨진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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