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외인타자 발렌틴' 불가능한 이야기일까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9.16 06: 50

야구의 백미는 화끈한 홈런포다. '최고의 팀배팅은 홈런'이라는 말도 있는데, 가장 쉽게 점수를 올리는 방법인 것과 동시에 분위기까지 한 번에 끌고올 수 있는 게 바로 홈런이다. 동시에 홈런은 야구팬들을 야구장으로 불러모으는 최고의 홍보수단이기도 하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지금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이 최고의 화제다. 발렌틴은 15일 한신전에서 홈런 2개를 잇따라 쏘아 올리면서 오 사다하루가 갖고 있던 55홈런을 넘어 56,57호 홈런을 한꺼번에 기록했다. 무려 49년만에 깨진 기록에 일본은 여러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외국인선수가 '성역'을 침범하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기록경신을 반기는 반응이 더 많다. 어쨌든 발렌틴의 홈런 레이스는 화제를 낳으며 일본 프로야구 인기몰이에 한몫을 하고 있는 건 확실하다.
'스몰볼'을 펼치는 일본에서 시즌 57호 홈런이 터진 가운데 한국 프로야구는 어떤가. 현재 홈런 1위인 박병호(넥센)는 홈런 29개로 2년 연속 이 부문 1위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발렌틴과 28개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마지막으로 50홈런이 나온 건 10년 전인 2003년 이승엽과 심정수였고 40홈런조차 2010년 이대호 이후 없다.

리그 홈런왕의 홈런 개수가 줄어든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외국인타자가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이다. 올해를 포함, 한국 프로야구는 2년 연속 외국인선수를 전원 투수로 채웠다. 2011년 가코(삼성), 가르시아(한화), 알드리지(넥센) 이후 명맥이 완전히 끊겼다. 구단의 기대치를 충족시켰던 외국인타자는 롯데 시절 가르시아와 페타지니(LG)가 마지막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외국인타자를 보기 힘들어진 이유와 한국 프로야구의 문제점은 맞닿아 있다. 팀 운영의 기본은 투수력, 그 가운데 선발 로테이션이다. 이것이 흔들리면 장기 레이스에서 결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없다. 때문에 구단들은 전력구상을 할 때 선발진을 먼저 갖춰놓고 하기 마련인데, 현재 토종선수로 5선발까지 무리없이 운영할 수 있는 구단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 만큼 한국 프로야구의 선수부족 현상은 심각하다. 프로야구 관중 700만명 시대를 열었고 10구단 체제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내실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투수력을 보충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외국인 쿼터를 모두 투수에 쓸 수밖에 없다는 구단의 항변도 일리가 있다.
2014년까지 외국인선수 보유 3명인 NC도 타자 기용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나도 공격적인 성향이다. 그렇지만 팀 사정 상 내년에도 전원 투수로 가야 할 것 같다. 선발투수를 채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또한 김 감독은 "외국인타자가 한 명 들어오면 자리를 잃는 우리 선수가 한 둘이 아니다. 투수는 단순히 한 자리지만 타자가 들어오면 연쇄적으로 몇 명이 설 자리를 잃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다른 야구인은 "외국인투수가 제 몫을 하고 있는 구단이 얼마나 있는가. 1,2,3위인 LG, 삼성, 두산 모두 용병 1명으로 올 시즌 치르고 있다. 외국인타자가 안 나오는 건 구단 의지의 문제"라고 말하기도 한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 프로야구도 외국인선수 유망주를 길러내는 '육성군'을 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야구인은 "WBC에서의 활약, 올림픽 우승까지 이뤄낸 한국 프로야구도 이제는 세계 야구에 공헌을 해야 한다"면서 "일본처럼 육성군을 두고 외국인선수 제약을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외국인타자를 보기 위한 가장 쉬운 해결책은 외국인선수 쿼터를 늘리는 것. 그렇지만 선수협의 반발로 몇 년째 거론만 되고 있는 수준이다. 1군 엔트리 확대도 그 해결책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외국인선수 추가영입을 위해 그러한 조치를 취하는 건 본말전도라는 주장과 팽팽하게 맞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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