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넘어선 '엄마'들의 행동에 몸서리쳐진다. 편애라는 잘못된 사랑에 길들여진 안방극장 엄마들이 시청자들의 울분을 토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국민 엄마'의 변신은 그 만큼 소름끼치는 감정을 전달하고 있다.
KBS 2TV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엄마 이앙금이다. 그는 시도 때도 없이 둘째딸 왕수박(이태란)을 구박해 대체 뭔 사연이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하게 만들 정도다. 첫째 딸 왕수박(오현경)에 대한 편애로 가득찬 엄마 앙금은 둘째 딸에게 희생을 강요하며 인신모독도 서슴치 않는다. 딸은 그저 '사랑받고 싶다'라며 눈물을 삼킬 뿐이다.
15일 방송에서도 이런 모습은 계속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지하 셋방으로 이사하게 된 왕수박과 같은 날 생애 첫 아파트를 계약하게 된 왕호박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립됐는데, 호박은 앙금이 자신이 피땀흘려 모은 돈을 호시탐탐 노리며 “언니 전세자금으로 좀 빌려줘라” 라고 압박을 했던 바 있기에 대 놓고 자랑하기는 커녕 눈치보며 숨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수박을 통해 호박이 부동산을 들락거리고 있음을 전해 듣게 된 앙금은 “일부러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왜 설쳐” 라는 말로 독설을 날리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수박은 호박의 이삿짐을 옮기고 집안을 청소하는 일을 당연하는 듯 도밭아 했고, 잡일을 도맡아 해야만 했다. 또 집 안에 화장실이 없어 공중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는 수박의 말을 듣고 안타까워한 앙금은 “네 언니는 그런 못하니까 네가 해줘” 라며 화장실 청소를 호박에게 넘기기까지 했다.
이어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케 한 장면이 등장했다. 한 밤 중 잠들어 있는 호박에 한밤중에 전화를 해 “넌 잠이 오니? 네 언니 불쌍하지도 않냐. 언니는 저런 집에 살게 됐는데 그걸 보고도 잠이 와?” 라고 말하며 오히려 딸 호박에게 "인정머리 없이 독하다"라고 독설을 내뱉었다.
다른 엄마는 이렇다. 착하고 우아한 얼굴 뒤에 무서운 기운이 도사린다. 가슴 속 상처는 분노가 돼 자식들을 괴롭히고 있다.
MBC 주말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의 윤심덕(최명길)이 그렇다. 윤심덕은 극 중 등장하는 시월드 엄마들보다 일면 온순해보이지만 더 어두운 포스를 지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들에 대한 편애에 사로잡혀 딸까지 공격하고 나섰다.
윤심덕은 명문대를 나온 아들 정몽규(김형준)가 고아에 학벌도 좋지 않은 민정(김예원)과 결혼을 선언하자 히스테리가 극에 달한 상태. 약사 며느리를 들이기 직전 잘난 것 없는 민정이 집안에 들어왔고, 그런 민정을 보듬어 안은 몽희(한지혜)에게 화살을 돌리기 시작했다. 친딸이 아닌 몽희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됐다.
매번 민정에게 화를 내며 시집살이를 시키는 그는 민정이 집 밖에서 울고 있자 "너 누구 보라고 거기 나가 앉아 있니? 식도 못 올리고 애부터 가졌다고 광고하려고 했니? 불쌍해서 역성 들어달라고? 내가 너한테 집에서 나가라 그랬니? 애를 낳지 말라 그랬니. 얼마나 나를 더 욕먹이려고 그러니"라 말하며 호통을 쳤다.
이에 말리는 몽희를 보고서는 "너도 시집가서 아들 낳아서 약사 며느리 들일 판국에 쟤 같은 며느리 봐. 네가 세상 얼마나 살았다고 몽규 인생 이렇게 해놓냐"며 소리쳤다. 이를 들은 몽희는 "얘가 내 친동생 아니라서 그랬다는거야? 엄마야 말로 혹시 나 키워주고 후회하는거 아니에요?"라 말하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윤심덕의 이 같은 행동 배경에는 시어머니 김필녀(반효정 분)로 인한 시집살이가 큰 원인인 듯 보이지만, 자신이 키운 딸에게까지 원망을 늘어놓는 윤심덕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잘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이 외에도 SBS '결혼의 여신'의 시어머니 윤소정은 영화 '올가미'를 연상케 한다는 말이 많고, '금나와라 뚝딱'의 이해숙, 금보라는 말그대로 '막장' 엄마들이었다. 어쨌든 시어머니 뿐 아니라 친엄마도 '믿지 못하는' 안방극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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