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서른 살 게임 중독남, '안녕' 나오길 참 잘했다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3.09.17 07: 18

서른 살, 한 남자가 게임 중독으로 뭇매를 제대로 맞았다. 세 살 아이의 아빠인 이 남자는 취미생활로 20시간 씩 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내에 의해 폭로되며 그야말로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지난 16일 방송된 KBS 2TV ‘안녕하세요’에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이다. 이 남자, ‘안녕하세요’에 출연해 치른 망신살을 설욕할 수 있을까.
이날 아내에 의해 전해진 남편의 게임 중독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게임을 하느라 남편은 회사에 가지 않는 날도 더러 있는 것은 물론, 퇴근 이후에도 새벽 3시까지 게임을 하는데 쏟아 붓느라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주말엔 게임을 하기 위해 오전 8시에 일어나 다음날 새벽까지 20시간에 이르는 게임 대장정을 벌이는 게 남편의 일상이었다.
경제관념 또한 무너진 상태였다. 남편은 게임을 하기 위해 800만 원을 대출받는가 하면, 그렇게 해서 얻은 돈으로 230만 원짜리 아이템을 구매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었다. 게임을 하는데  돈을 쏟아 붓느라 생활비가 있을 리 만무한 상황. 생활비 대부분은 게임비로 인한 대출금을 갚는데 사용됐고, 이에 아침 출근길 기름값은 장모님 차지였다. 이 가정이 살고 있는 집 역시 처갓집으로, 남편은 처가살이에도 이 같은 게임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으로 이날 ‘안녕하세요’에 출연한 패널들과 방청객들로부터 연신 탄식을 자아내게 했다.

그러나 남편은 자신의 이 같은 생활을 ‘취미’로 일축하며 문제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아내 보다 게임 세상에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더 많다며 개선할 의지가 없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함께 출연한 장인 장모가 연신 냉수를 들이키며 차마 사위에게 심한 말을 하지 못하는 심정을 꾹꾹 가라앉혀도 눈치 채지 못하고 연신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일 뿐이었다.
더 큰 문제는 남편의 이 같은 생활이 세 살 아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 아내에 따르면 남편에게 아들을 잠시 맡긴 사이 남편이 휴대전화 게임 하는 법을 가르쳤고, 이에 아들은 이제 휴대전화를 빼앗으며 울고 떼쓰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부부의 이 같은 고민은 3주 동안 ‘안녕하세요’에서 최고 고민 타이틀을 갖고 있던 사연을 제치고 방청객들로부터 가장 많은 호응 얻어 새로운 1승을 거두는 결과를 낳았다. 남편은 아내와 처가식구들의 고민에 “게임을 끊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하며 행동에 변화를 보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오랜 시간 남편의 철없는 행동으로 고통 받았을 아내의 고민이 ‘안녕하세요’를 통해 달라질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앞서도 ‘안녕하세요’는 이처럼 출연진들의 고민을 공개적으로 토로하는 시간을 통해 꽉 막혀 있던 문제를 풀 열쇠가 주어지는 상황이 연출되곤 했다. 개인적 고민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터뜨리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진전을 보여 왔던 게 ‘안녕하세요’에 출연한 이들이 공통적으로 맞는 해법의 초기 단계였다. 실제 문제가 해결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처럼 함께 고민을 나누고 또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출연진들은 상당한 후련함을 토로하곤 한다. ‘안녕하세요’라는 프로그램이 재미뿐만 아니라 의미까지 있다고 평가한다면 이는 아마도 이 같은 기능 때문일 것이다.
sunha@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