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굿닥터' 사면초가 주원, 아픔이 그를 자라게 할까?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3.09.17 07: 19

KBS 2TV 수목드라마 ‘굿닥터’(극본 박재범, 연출 기민수)에서 주인공 시온(주원)은 현재 최악의 상황에 몰려 있다. 그에게는 더 이상 도망갈 구석이 없어 보인다. 꿈에 그리던 레지던트 생활을 하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지만 이와 함께 정비례하는 건 시온에게 쏟아지는 고통과 좌절과 한계상황이다.
지난 16일 방송된 ‘굿닥터’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집약돼 나타났다. 이날 시온은 어린 시절 자신을 학대한 아버지를 맞닥뜨리고 트라우마를 떠올리는가 하면, 처음으로 마음을 품었던 첫사랑의 상대 윤서(문채원)에게는 고백을 거절당했다. 또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고 인정받았던 소아외과학 지식에 있어서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중 시온에게 가장 큰 타격을 입힌 건 학대 받은 기억이다. 그는 아버지의 등장으로 애써 잊고 살았던 어린 시절의 상흔을 떠올렸고, 이는 시온이 천재적 재능을 뽐내던 암기력과 신체를 입체로 떠올리는 능력마저 사라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의지적으로 어린 시절의 기억을 지워버릴 정도로 깊은 상처였던 이 같은 경험이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오면서 시온의 시련이 가시화 되고 만 것. 여기에 윤서에게 준 마음이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린이 외상환자가 병원으로 몰려들면서 시온의 평정심이 마비되기 시작했다.

소아외과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하며 눈에 띄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던 시온이 이처럼 뒷걸음질을 치는 건 그가 자기만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세상과 더 많이 접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자신을 지켜주던 형과 토끼와의 세상에 머물던 그의 세계는 병원생활을 통해 어느덧 마음과 뜻대로만 되지 않는 곳이 세상이며 때로는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모든 게 설명될 수 있다는 진실을 이해하는 수준이 됐다.
그러면서 그가 쏟는 눈물의 양도 많아졌지만 그러나 달리 말하면 이는 성장의 신호였고, 시온이 가는 길은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당사자에겐 다소 거칠지 모르지만 잘못된 방향이 아닌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이 같은 길에는 엄격하지만 애정을 바탕으로 그의 성장을 확실하게 돕는 도한(주상욱)의 안내가 따른다. 아슬아슬해 보이지만 시온의 걸음마가 영 미덥지만은 않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 시온이 맞닥뜨려야 하는 건 그의 발목을 내내 잡아온 아버지와의 불화와, 윤서에게 거절당한 이후의 마음 단속이다. 평생 반목했던 아버지의 손을 그대로 놓듯 잡듯, 또 윤서와 불편한 관계가 되든 그렇지 않든 이 모든 건 시온이 감당해야 할 숙제다. 평생의 아픔이, 그리고 처음 느껴보는 사랑이 또 한 번 시온을 자라게 할까? 서번트 증후군 시온이 넘길 다음 페이지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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