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에서 1군 선발’ 유창준, 실험 결과는?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9.17 07: 59

1년 여 전 2군 인스트럭터의 통역으로 왔던 유망주는 좋은 잠재력을 인정받아 신고선수가 되었고 이제는 정식 선수 등록을 넘어 1군 무대 첫 선발 등판 기회까지 잡게 되었다. 두산 베어스의 신고선수 출신 우완 유창준(24)은 기대감을 경기력으로 발산할 것인가.
두산은 17일 포항구장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노경은(29)이 아닌 유창준을 선발로 내세운다. 부산중을 졸업하고 일본으로 야구 유학을 가 사쿠신고-사쿠신대에서 야구를 했던 유창준은 현역 군복무 후 제대와 함께 대학 복학 대신 두산에 둥지를 틀었다. 그런데 선수가 아니라 지난해 두산 2군 투수 인스트럭터로 일했던 구보 야쓰오의 통역으로 일자리를 얻게 되었다.
2000년 배팅볼 투수-기록원으로 출발해 정식 선수가 된 뒤 국가대표까지 올랐던 이재우처럼 유창준도 제 잠재력을 높게 평가받으며 통역에서 신고선수가 되었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아니었으나 안정된 제구력과 좋은 볼 끝을 갖추고 있어 2군에서 선발로도 뛸 수 있다는 평을 받았다. 실제 올 시즌 유창준의 2군 성적은 17경기 6승3패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2.71로 두산 퓨처스팀 최고의 투수였다.

좋은 2군 성적 덕분에 정식 선수 등록까지 성공한 유창준은 4경기 동안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했다. 승패와 큰 연관이 없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고 5이닝 동안 3개의 볼넷을 내주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으나 4개의 탈삼진도 뽑아냈다.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 1.20에 피안타율 1할6푼7리로 공략이 쉽지 않다는 것도 보여준 유창준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지금까지 보여준 것이 확실하지 않은 유창준이다. 삼성 타선이 연이은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평소답지 않다는 것을 감안해도 1군과 2군은 확실히 다르다. 상대 선발 카드도 올 시즌 24경기 151이닝 10승8패 평균자책점 3.34을 기록하며 꾸준한 활약을 펼치는 윤성환이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는 두산의 실험적인 선발 출격 카드다. 아쉽게도 올 시즌 두산 투수 운용에서 실험이 성공한 것은 좌완 유희관의 선발 전환 정도 밖에 없다. 가장 가까운 예로 지난 7일 목동 넥센전 선발 서동환은 2⅓이닝 4피안타 3사사구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었다.
승리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삼성 타선에 알려지지 않은 유창준은 기본적으로 제구력을 갖춘 투수다. 그를 상대했던 타 팀 타자도 “보이는 빠르기에 비하면 구위는 좋은 투수 같았다”라며 높게 평가했다. 기본적인 변화구 구사력도 갖추고 있는 투수라 퓨처스리그서 뛰어난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의외의 이변 연출 가능성도 주목할 만 하다.
유창준은 스토리텔링이 되는 선수다. 단순한 신고 선수가 아니라 선수 생활을 그만 둘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군입대를 결정했다가 제대 후 일본어 통역으로 프로 구단 문을 들어선 뒤 가능성을 인정받아 다시 공을 잡은 케이스. 그리고 이제는 1군 무대 선발로 기회를 잡았다. 윤성환을 넘지 못하더라도 씩씩하게 던진다면 유창준에게는 그 자체가 성공이다. 유창준은 야수진의 김동한처럼 또 한 명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쓸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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