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올 추석 예능프로그램에서 단골손님을 과감하게 제외했다. 모창, 스타가족, 정통놀이 등 명절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구성 방식을 과감하게 버렸다. 대신 인기 예능프로그램 특집 방송이나, 파일럿 예능프로그램으로 구성해 추석 안방극장을 노리겠다는 심산이다.
사실 선배 가수들의 화려한 무대를 재해석하는 모창 혹은 댄스 대결은 지상파 3사가 줄기차게 내놓았던 프로그램. MBC 역시 명절마다 청백전이라는 이름 하에 스타들에게 모창이나 댄스 대결을 강요했다. 하지만 올해는 MBC가 내놓은 효자 상품 ‘나는 가수다’의 특집 무대로 대신했다.
오는 18일 오후 5시 25분에 방송되는 ‘나는 가수다 명곡 베스트 10’은 2년간의 방송을 통해 소개된 258곡 중 시청자가 선정한 다시 듣고 싶은 명곡 10곡을 가수들이 부르는 구성이다. YB 윤도현, 박정현, 김경호, 김범수, 박완규, 윤민수, 인순이, 국카스텐, 장혜진이 출연해 불꽃 튀는 한판 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기존 모창 대결과 달리 가창력을 담보로 하는 가수들의 자존심을 내건 승부는 ‘나는 가수다’의 추억을 되새기며 신선한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일밤-진짜사나이’ 특집 방송도 마련돼 있다. ‘진짜사나이-비밀군사우편’은 프로그램 뒷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 형태. 미처 방송되지 않은 촬영 뒷모습과 출연자들의 솔직한 이야기들이 프로그램을 사랑하는 시청자들을 붙들 예정이다.
파일럿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일단 장수 토크쇼를 잇따라 폐지했던 MBC는 영상 위인전이라는 독특한 콘셉트의 토크쇼를 안방극장에 내놓는다. 박원숙, 박현빈이 게스트로 나서는 이 프로그램은 스타들의 일생을 영상 위인전으로 보여준다는 구성이다.
오는 18일 오전 9시 30분에 방송되는 ‘Mr. 살림왕’은 살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여자보다 살림 잘하는 남자들의 특급 노하우를 공개할 예정. 박수홍과 박은지가 MC를 맡았으며 브라이언, 김동성, 서태화, 김재덕 등이 함께 한다.
한식 요리사들이 경연을 펼치는 ‘한국은 맛있다’도 식상한 명절 특집 프로그램을 대체할 예정이다. 전세계에서 선발된 10명의 한식 요리사들이 전국 방방곡곡 돌며 대결하는 5박6일간의 한식 요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이정민 아나운서와 김호진, 브라이언, 따루, 정혜정이 출연하며 오는 21일 오전 8시 25분에 전파를 탄다.
씨름과 같은 정통놀이 대결, 그리고 권투와 같은 격투 대결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도 MBC 추석 예능프로그램의 특징이다. KBS가 닭싸움 프로그램인 ‘리얼 스포츠 투혼’을 내놓는 것과 상반된 선택이다. 대신 MBC는 명절 단골 프로그램 ‘아이돌 육상 선수권 대회’가 ‘아이돌 육상풋살양궁 선수권 대회’로 찾아온다. 150여명의 아이돌 스타가 뭉친 이 프로그램은 오는 19일과 20일 오후 5시 45분에 각각 1부와 2부가 방송된다.
MBC의 올 추석 특집 예능프로그램을 살펴보면, 과감한 시도가 인상적이다. 그동안 식상하다는 지적에도 다른 대체 프로그램을 내놓지 못했던 것과 달리 다양한 파일럿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명절 단골손님을 제외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제 남은 것은 신선한 시도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다. MBC의 파격적인 실험이 올 추석 안방극장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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