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가 지옥 같았던 ‘황금의 제국’의 손을 놓으며 막을 내렸다. SBS 월화드라마 ‘황금의 제국’은 드라마 ‘추적자’의 박경수 작가다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와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을 정도로 휘몰아치는 조남국 감독의 연출, 믿고 보는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드라마였다.
박경수 작가, 조남국 감독 작품의 백미는 남자배우들의 연기대결이다. 앞서 ‘추적자’의 손현주와 김상중의 호흡에 이어 ‘황금의 제국’에서도 단연 가장 돋보였던 건 말 그대로 고수와 손현주의 ‘불꽃 튀는’ 연기대결이었다. 지난 17일 방송된 마지막 회에서도 이들은 시청자들에게 강한 여운을 남기는 연기를 선보이고 떠났다.
성진그룹을 손에 넣기 위한 과정에서 태주와 민재가 먹고 먹히는 대결이 드라마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한 만큼 고수와 손현주의 호흡이 극의 큰 축을 이뤘다. 이들이 만나는 장면은 항상 높은 긴장감이 연출돼 손에 땀에 쥐게 만들었다.

잠시도 눈을 돌릴 틈 없이 두 사람이 대사를 주고받으며 선보이는 연기는 매번 시청자들을 소름 끼치게 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친구 같은 관계를 유지 하다가도 한 순간 서로의 뒤통수를 치는 두 사람 사이는 총 24회가 방송되는 내내 동맹관계와 원수관계를 수번이나 오갔다.
특히 차 또는 술을 마시거나 밥을 먹는 등 보통 친근한 사람들끼리 하는 행위를 하는 가운데 서로를 향해 눈에 핏대를 세우고 날카로운 가시가 돋힌 말들을 내뱉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태주(고수 분)와 민재(손현주 분) 관계의 시작은 민재가 강제철거 지시를 내려 태주의 아버지가 죽고 난 이후부터다. 법대생이었던 장태주가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으로 야망에 눈을 뜬 뒤부터 태주와 민재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다.
동양최대의 쇼핑몰을 지으려고 하는 민재는 자신의 발목을 잡는 두 평의 땅이 태주의 손에 넘어갔었던 상황. 이로써 첫 번째 대결에서의 승리는 태주에게 돌아갔다. 이후 두 사람은 성진그룹을 차지하기 위해 손을 잡는가 하면 태주는 민재가 자신을 배신할 거라는 걸 꿰뚫어보고 먼저 민재의 뒤통수를 치는 등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는 흥미진진한 대결은 시청자들에게 묘한 쾌감을 선사했다.
고수와 손현주의 연기대결이 극을 묵직하게 끌고 가는 가운데 두 사람의 디테일이 살아있는 표정연기가 더해져 장면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광기 어린 표정부터 감정을 누르는 절제된 표정, 희열에 찬 표정, 자신감 가득한 표정까지, 고수와 손현주의 표정연기는 절로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완벽했다.
보는 것 자체만으로 반전만큼이나 흥미로웠던 고수와 손현주의 대결은 분명 올해 드라마 ‘남남케미’ 중 단연 최고라고 불릴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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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황금의 제국’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