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황금의 제국', 박경수표 세트 드라마의 묘미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13.09.18 07: 14

끝없는 욕망을 향해 달려가던 한 남자는 죽음으로 그 욕망을 멈췄고, 욕망을 지키려고 싸우던 한 여자는 황금을 제국과 함께 홀로 남았다.
지난 17일 오후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황금의 제국'(극본 박경수, 연출 조남국) 마지막 회에서는 장태주(고수 분)가 김광세 의원 살인과 비리 등 모든 잘못을 시인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모습이 그려졌다. 장태주는 조필두(류승수 분)와 윤설희(장신영 분) 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강제철거를 진행해 한강 재개발사업을 이어갔다. 최서윤(이요원 분)은 장태주에 대응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 등을 설립해 자금을 융통, 성진시멘트의 주식을 사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장태주의 폭주를 막지 못하고 떠나려던 윤설희는 그를 막을 마지막 방법으로 검찰에 김광세 의원의 살인사건 진범에 대해 진술했다. 그러면서 장태주를 찾아가 성진그룹과의 싸움을 그만두고 함께 떠나자고 설득했다. 장태주를 이용해 성진그룹에 들어가려던 최민재(손현주 분)는 그에게 윤설희의 비리를 고발해 덫에서 빠져나오자고 제안했지만 결국 장태주는 윤설희를 택했다. 스스로 검찰에 모든 범죄 사실을 인정했고, 한강 재개발 사업으로 피해를 본 피해자들을 보상해주는 조건으로 최서윤에게 그가 가지고 있던 성진시멘트의 주식 모두를 줬다. 욕망을 향해가던 광기를 버린 장태주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길을 택하며 욕망을 향한 폭주를 멈췄다.

성진그룹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최서윤은 결국 한결같이 그의 곁을 지킨 박 전무(최용민 분)를 자신 대신 비리 혐의로 감옥에 보냈다. 박 전무는 그의 딸 박은정(고은미 분)과 최원재(엄효섭 분)의 이혼을 조건으로 최서윤 대신 비리 혐의를 떠안았고, 결국 최서윤은 성진그룹에 혼자 남게 됐다.
치열한 욕망의 싸움을 이어가던 황금의 제국은 결국 최서윤의 차지가 됐다. 원점으로 돌아간 것. 하지만 동료와 가족을 모두 잃고 곁에 남은 사람 하나 없이 외톨이가 된 최서윤은 처절한 외로움과 싸우게 됐다. 또 계속해서 제2의 장태주, 최민재와의 외로운 사투를 이어가야 할 것.
지난해 SBS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를 통해 폭넓은 인기를 끌었던 박경수 작가와 조남국 PD는 '황금의 제국'을 통해 또 하나의 새로운 드라마 장르를 탄생시켰다. '황금의 제국'은 유산분배를 둘러싼 가족들의 전쟁과 그 전쟁에 뛰어든 야심가의 끝없는 욕망에 대해 그린 경제·정치·가족드라마. 완벽하게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인간의 본성과 자본주의 시대 인간의 욕망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황금의 제국'은 방송 초반 빠른 전개와 무거운 분위기 등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가 극에 흥미를 더했고, 박경수 작가 특유의 빈틈없는 대사와 조남국 PD의 꼼꼼한 연출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황금의 제국'은 세트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 야외와 실내 촬영은 적절하게 섞은 대부분의 드라마와 달리 '황금의 제국'은 거의 모든 상황이 실내에서 진행된다. 성진그룹 최 씨 가족들의 식탁에서 황금의 제국을 놓고 서로 싸우고 헐뜯은 후, 거실로 옮겨 가족회의를 연다. 이 가족회의에서 매회 황금의 제국에 좀 더 가까이 가는 주인공이 결정된다. 또 성진그룹 사무실과 장태주가 운영하는 회사 에덴의 사무실이 드라마의 주 배경이다. 야외 촬영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도 빈틈없는, 촌철살인의 대사로 극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 역시 텔레비전 뉴스 몇 장면이나 대사 몇 마디로 알려준다. 문학작품, 명언, 우화 등 대사마다 잦은 인용을 사용해 설명을 도운 것 또한 이 작품만의 매력이다. 대사를 통해서만 모든 상황을 알 수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사에 집중하게 되고 이는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화려한 액션이나 야외촬영, 절절한 로맨스 없이도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황금의 제국', 이게 바로 박경수 작가의 힘이다.
한편 '황금의 제국' 후속으로는 배우 최지우, 이성재 주연의 '수상한 가정부'가 오는 23일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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